KIA 불펜이 두 경기 연속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틀 전의 완벽한 데자뷔였다.
KIA는 5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을 3-4로 패했다. 3일 고척 넥센전 7-8 패배에 이은 2연패.
선발투수 팻딘의 호투는 빛났다. 팻딘은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7이닝을 던지는 동안 투구수는 단 85구에 불과했다. 그만큼 효율적이었다. 팻딘은 3-1로 앞선 8회 마운드를 내려갔다. 시즌 8승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그러나 불펜이 말썽이었다. KIA는 3-1로 앞선 8회 마운드에 '필승조' 김윤동을 올렸다. 김윤동은 선두 손주인을 잡아냈지만 문선재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다. 이어 안익훈도 볼넷. 1사 1·2루 위기가 찾아오자 김기태 KIA 감독은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마운드에 곧장 고효준을 투입했다.
고효준은 자신에게 주어진 '진화'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고효준은 박용택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고효준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결국 김기태 감독의 선택은 '클로저' 김세현이었다.
김세현은 최고구속 150km에 육박하는 속구로 정성훈을 상대했다. 하지만 여기서 정성훈의 '베테랑다운' 관록이 빛났다. 정성훈은 볼카운트 1S에서 김세현 상대로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3루주자는 물론 2루주자까지 홈을 밟았다. 3-3 동점. 팻딘의 시즌 8승이 다음으로 미뤄지는 순간이었다.
김세현은 3-3으로 맞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안타 하나를 맞긴 했지만 무실점. 연장 10회에도 KIA 벤치의 선택은 김세현이었다. 그러나 김세현은 김재율에게 끝내기 안타를 내주며 고개를 떨궜다.
불과 이틀 전 장면이 오버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KIA는 3일 고척 넥센전을 7-8로 패했다. 단순한 1점차 패배가 아니었다. KIA는 9회까지 7-1 리드를 잡고 있었다. 이날과 마찬가지로 선발투수 헥터 노에시의 8이닝 1실점 역투가 빛났다. KIA는 9회 마운드에 한승혁을 올렸다. 그러나 한승혁은 볼넷과 2루타로 무사 2·3루 위기를 만들었다. 내야땅볼에 안타로 2실점. 그래도 3-7, KIA의 넉넉한 리드였다.
KIA 벤치는 심동섭을 투입했다. 그러나 심동섭이 연이은 볼넷으로 만루에 몰렸다. 삼진으로 2사를 만들었지만 여기서 서건창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넥센이 2점차 턱밑까지 쫓아왔다. KIA 벤치는 마이클 초이스 상대로 사이드암 박진태를 투입했으나 볼넷으로 2사 만루. 마운드에 김진우가 올랐다. 김진우는 김하성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한 점차 상황을 만든 뒤 장영석에게 2타점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KBO리그 36년 역사상 9회말에 6점차 리드가 뒤집힌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에 비하면 8회 2점차 리드는 충분히 따라잡힐 수 있었다. 다만 이날 불펜의 부진이 더욱 뼈아팠던 건 필승조가 총출동했다는 점이다. KIA는 최근 몰라지게 좋아진 김세현을 '세이브 상황'에 투입시켜왔다. 김윤동 역시 필승조 역할을 도맡았다.
3일 경기 9회 7실점 과정에서는 김세현과 김윤동이 모두 등판하지 않았다. 김세현은 2연투, 김윤동은 3연투 중이었기 때문이다. 추격조로 분류가능한 선수들이 줄줄이 나왔고 경기가 뒤집혔다. 납득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일견 이해는 됐다.
그러나 필승조가 총출동한 상황에서 1이닝 만에 2점을 내주며 균형을 허용했다는 점은 생각해 볼 부분이다. /ing@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