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노래방’, 그리고 ‘로마의 휴일’, 올 여름과 가을,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영화 두 편에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배우가 있다. 방준호, 많은 이들에게는 미스터팡이라는 이름으로도 익숙한 사나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트로트계의 싸이’로 불리며 전천후 활약을 펼쳤던 방준호. 이제는 배우로 그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트로트 가수의 한 번의 외도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연기, 그리고 영화에 대한 방준호의 열정과 도전은 그 누구보다도 뜨겁고 진지하다.
사실 방준호가 가장 먼저 관객들과 만난 영화는 2013년 개봉한 ‘창수’다. ‘창수’ 개봉 당시 임창정은 기자들에게 “방준호라는 걸출한 배우가 나타났다. 지금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데, 앞으로 배우의 길을 쭉 걸었으면 좋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4년 만에 방준호는 ‘로마의 휴일’로 또다시 임창정과 스크린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됐다.
‘창수’로 처음 인연을 맺은 임창정은 방준호에게 연기 스승이자 고마운 은인 같은 사람이다.
방준호는 “제가 처음 연기를 시작한 작품이 ‘창수’였다. 그런데 (임)창정이 형은 현장에서 감히 근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으신 분이다. 저도 어릴 때 그 분 노래를 듣고 자라지 않았나. 제가 감히 임창정이랑 연기를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처음 같이 연기를 했는데 ‘너 연기한지 몇 년 됐니’라고 물으시더라. 그래서 ‘저 트로트 가수인데요. 연기는 처음 합니다’ 했더니 형이 포복절도 하면서 ‘저 놈 대박’이라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시더라”고 말했다. 임창정은 방준호의 본능적인 연기에 완전히 반했고, 이후 “노래 말고 연기를 해보라”고 진지하게 조언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연기 현장이 처음이었던 방준호를 살뜰히 챙기는 것은 물론, 자신의 ‘문을 여시오’ 뮤직비디오에 방준호를 출연시켰고, 방준호의 ‘뜨거운 사랑’ 뮤직비디오에 카메오 출연하는 등 선배로서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저는 (임)창정이 형이 너무 예뻐해 주시는 게 감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까마득한 후배니까 눈치도 보이고 그러더라고요. 나중에 뒤풀이에서 연기를 정말 잘해서 예뻤다고 해주시는데 정말 감동이었죠. 저는 창정이 형을 임 사부님이라고 부르거든요. 저한테는 연기적인 스승이니까요. 연기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이 가르침을 주신 분은 형이에요. 사실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운 적은 없으니까, 연기학원을 다닐까도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형이 많이 반대했었어요. 형은 ‘네 색깔과 호흡이 있으니까, 네 개성대로 너무 과하지도, 너무 부족하지도 않게 잘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로마의 휴일’에서도 정말 든든한 응원을 아낌없이 해주셨죠. ‘로마의 휴일’ 개봉을 앞두고서는 ‘이번 영화가 100만이 들었는데, 네가 스타가 안 돼 있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질게’라고까지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한 말이에요.”
방준호는 ‘로마의 휴일’에서 사채 빚을 진 여성이나 클럽 지배인에게 비열한 모습을 보이다가 인질 55번으로 전락하는 악덕 나이트클럽 사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덕희 감독의 전작인 ‘창수’에서는 임창정을 구타하는 나이트클럽 사장을 연기했지만, 이번에는 인질로 전락해 끝없이 구타당하는 나이트클럽 사장으로 처지가 180도 바뀌었다.
방준호는 “촬영 전에 ‘창수’ 때 너무 때려놔서 걱정됐다. 올 게 왔구나 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촬영하는 내내 임창정 형이 ‘걱정 하지마, 형이 잘 할테니까. 네가 타이밍 잘 맞춰서 잘 돌고 하면 돼’라고 저를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창수’ 촬영 도중 낙법을 하다 어깨 인대가 끊어지는 대형 부상을 입은 방준호로서는 또다시 찾아온 액션신의 공포가 남달랐을 것. 임창정은 이를 이해하고 다독여준 것은 물론, 방준호가 소화해야 할 액션량을 줄이면서도 더욱 큰 효과를 내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후배사랑을 실천했다고.
방준호의 연기력과, 임창정의 후배사랑이 만난 덕에 ‘로마의 휴일’ 속 인질 55번 태전 역은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었다. 방준호는 “진짜 계속 맞았던 생각밖에 안 난다”며 “포털사이트 평점을 봤는데 ‘55번 진짜 불쌍하다’는 말이 많더라. 저한테는 만족스러운 평가였다”고 웃었다.
(Oh!커피 한 잔②에서 계속됩니다.)/mari@osen.co.kr
[사진] 이동해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