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③] 박은경 대표 "'택시운전사', 조금 더 나은 선택에 대한 이야기"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9.07 07: 59

‘택시운전사’의 의미를 따지자면, 올해 첫 천만 영화이자, 여름 스크린 대전의 유일한 천만 영화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만도 충분하다. 그러나 ‘택시운전사’의 값진 성과는 흥행 기록처럼 숫자로 매겨지는 단순한 것만은 아니다.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그리고 서울 택시기사 김만섭의 눈으로 지켜본 광주의 5월을 그려낸 ‘택시운전사’는 담담한 시선 속에 관객들이 직접 광주의 참상을 지켜보게 만들었다.
‘택시운전사’는 관객들에게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아무 것도 모른 채 광주에 들어갔다가 참상을 목도한 후, 두려움 속에서도 마침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는 하나의 양심을, 이유도 모른 채 스러져간 수많은 목숨을,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정의를 부르짖은 가장 순수한 젊음을, 누군지도 모르는 외지인을 내 식구처럼 따뜻하게 맞아주고, 마지막까지 스스로를 희생하며 지키려했던 이웃들을 2시간 동안 뚝심 있게 그려낸다.
영화 개봉 이후 가장 화제가 된 것은 김만섭과 위르겐 힌츠페터를 지키기 위한 광주 기사들의 질주, 그리고 특별 출연 엄태구의 활약이었다.

광주 기사들의 택시 질주 장면의 경우, 감동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영화가 줄곧 지켜왔던 톤을 어기면서까지 지나치게 작품의 감정을 극대화한 것이 아니냐는 관객들의 설왕설래가 있었다. 광주 기사들의 숭고한 희생에 눈물을 쏟았다는 관객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택시운전사’ 속 담담한 연출 방향을 나홀로 깨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던 것. 이에 대해 박은경 대표는 “그 장면의 경우에는 광주 기사님들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며 “반드시 광주의 현실에 대한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던 그 분들의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위르겐 힌츠페터 분이 찍은 영상이 나오기까지는 분명히 광주 기사님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택시운전사’의 또 하나의 주인공은 ‘신스틸러’ 엄태구다. 광주 샛길에서 검문소를 지키고 있던 군인 박 중사로 등장하는 엄태구는 광주를 빠져나가려던 김만섭의 택시를 잡아 세우며 택시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검문하며 관객들에게 극강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송강호와 엄태구의 대립각은 처음이 아니다. ‘밀정’에서도 엄태구는 일본 경찰 하시모토 역을 맡아 송강호와 팽팽하게 대립하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는 것. 엄태구는 박은경 대표, 송강호, 그리고 장훈 감독이 모두 만족한 최적의 캐스팅이었다. 박은경 대표는 “박 중사인데 저희는 하시모토 중사라고 불렀다”며 “정말 좋은 배우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는 무엇보다 광주의 5월, 그리고 그 속에서 진실과 양심을 외면하지 않으려 스스로 일어난 가장 평범한 사람들을 재조명하며 광주의 아픔을 되돌아봤다. 광주의 아픔은 1980년만의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폭도’라는 손가락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광주의 택시기사들, 그리고 광주의 사람들은 자녀들의 ‘고맙습니다’라는 문자에, 관객들의 ‘미안합니다’라는 말에 눈물을 닦았다.
“그런 말들을 들으면 제일 울컥해요. 그 분들은 그때만 힘드셨던 게 아니라 끊임없이 힘드셨거든요. 특히 자녀분들이 ‘아버지, 고맙다’고 문자를 보냈다는 얘기를 들으니 저까지도 울컥하더라고요. 저도 부모다 보니까 자식의 한 마디가 정말 크다는 걸 알아요. 부모의 마음이 그런 게 있어요. 조금은 괜찮은 어른이고 싶다. 그러면 조금 괜찮은 어른이란 뭘까. 시민운동을 매일매일 할 순 없으니까, 어느 순간, 어느 선택을 해야 할 때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택시운전사’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영화인 것 같아요./mari@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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