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택시운전사’ 제작자 “송강호, 스스로 경신하는 시대의 얼굴”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9.07 07: 59

‘택시운전사’의 처음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은경 대표와 함께 일하던 한 프로듀서가 박은경 PD에게 2003년 송건호 언론상 시상식에 참석한 위르겐 힌츠페터의 기사를 소개한 것. 위르겐 힌츠페터는 당시 ‘80년 5월, 광주까지 나를 태워주고 안내해준 용감한 택시기사 김사복 씨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는데, 이 내용을 시작으로 위르겐 힌츠페터, 그리고 그와 함께 한 서울 택시기사의 이야기가 출발하게 된 것.
‘택시운전사’가 처음 시작됐던 2014년, 그리고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한 2015년, 그리고 촬영을 진행한 2016년 여름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서슬 퍼런 위력을 발휘할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운전사’는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택시운전사’의 힘 있는 메시지에 ‘고지전’,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등을 연출한 장훈 감독이 곧바로 연출을 맡았고,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최귀화, 엄태구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들이 ‘택시운전사’에 탑승했다.
‘택시운전사’를 이끄는 서울 택시기사 김만섭 역에는 캐스팅 0순위 송강호가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김만섭 역으로 모두가 원했던 바로 그 얼굴. 모두가 ‘송강호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성사될 것이라고는 감히 꿈꾸지 못했던 그 캐스팅이 이뤄진 것. 광주 민주화항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주는 무게감과 자신이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에 캐스팅을 고사하기도 했던 송강호지만, 끝내 ‘택시운전사’의 이야기에 공감했고, 기꺼이 김만섭이라는 무거운 역할을 짊어졌다.

‘공동경비구역 J.S.A’, ‘효자동 이발사’, ‘변호인’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근현대사의 격동에 휘말리는 소시민을 대변하며 시대의 얼굴이 된 송강호의 캐스팅에 대해 박은경 대표는 “본인이 늘 그런 얼굴을 경신하시는 분 아닌가”라며 “송강호 선배님이 꼭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본인의 역할도 있지만 작품 전체를 보는 큰 힘이 있는 배우다. 밀도도 굉장히 높지만, 동시에 객관적인 시각도 매우 좋다”며 “현장에 같이 있으면 호사를 누린다. 개봉 버전이 아닌 다른 테이크도 우리는 보지 않나. 감독님이 좋은 연기 테이크를 결정하시지만, 다른 테이크 역시 워낙 좋아서 현장의 특권이자 호사라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서 송강호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이런 행복을 누리고 있구나’ 싶었다”고 웃었다.
광주 택시기사 황태술 역을 연기한 유해진 역시 또 하나의 ‘드림 캐스팅’이었다. 황태술 역의 분량이 많지는 않은 터라, 이미 충무로에서 원톱배우로 자리매김한 유해진의 캐스팅은 ‘택시운전사’ 제작진에게 힘을 실어준 또 하나의 기적이었다.
박은경 대표는 “‘택시운전사’를 선택해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 너무 흔쾌히 해주신다고 해서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특히 ‘택시운전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 송강호와 유해진이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추는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두 분이 너무 친하신데, 인연이 계속 안 되셨다고 하더라. 저희 작품으로 두 분을 함께 볼 수 있다니 ‘아이고, 좋아라’ 싶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mari@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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