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의 연두색 택시가 마침내 천만 관객을 태웠다. 누구나 기대했지만, 누구도 쉽게 기대할 수는 없는 기적 같은 숫자였다. 진심을 담고 광주로 향한 송강호의 택시에 천만 명의 관객들은 기꺼이 탑승했다. 그렇게 ‘택시운전사’(장훈 감독)는 올해 첫 천만 영화이자, 송강호의 세 번째 천만 영화가 됐다.
개봉 한 달이 넘도록 ‘택시운전사’의 흥행 질주는 좀처럼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한국 영화 TOP10에 등극하며 박스오피스 흥행사를 새로 쓴 ‘택시운전사’는 개봉 6주차, 하루 관객수가 5만명 안팎으로 유지되며 흥행세가 주춤 한가 싶더니, 또다시 하루에 10만 명 가까이 몰리며 12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개봉 직후처럼 폭발적인 화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택시운전사’의 흥행은 구들장처럼 오래 후끈후끈 뜨겁다. TOP10이 아니라 더 높은 성적까지도 기대해 봄직한 이유다.
‘택시운전사’의 성공에는 수많은 이들의 피 땀 눈물이 함께 했지만, 영화를 처음 기획하고 제작한 제작사 더 램프의 박은경 대표의 오랜 노력과 공도 빼놓을 수 없다.
‘택시운전사’가 천만을 넘긴 후 만난 박은경 대표는 “정말 고맙고 감사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1년쯤 지나면 실감이 날까 싶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의 성공은 누구 하나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모두의 공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진심이다. 박은경 대표는 “천만이라는 건 정말 엄청난 스코어다. 송강호 선배님이 천만 돌파 무대인사에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관객 분들이 안아주신 느낌이다. ‘택시운전사’의 엔딩 크레딧에 ‘택시운전사’를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문구를 넣었는데, 지금 마음도 처음 마음과 마찬가지”라며 “광주에서 촬영하는데 식당에서 저희에게 반찬 하나 더 주셨던 아주머니 분들부터, 동네에서 수박을 갖다 주신 분들까지, 감사하다는 마음을 다 표시할 수가 없으니까 그런 분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서 도움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문구를 넣게 됐다. 막상 스코어가 이렇게 나오니 더 감사드린다는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천만영화 탄생을 전혀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많은 관객이 ‘택시운전사’를 봐주길 희망했다고. 그것은 영화의 스코어나 흥행 차원이 아니라, ‘택시운전사’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더 많은 사람이 보길 바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은경 대표를 기쁘게 한 것은 10대 청소년 관객부터 60~70대 장년층 관객까지, ‘택시운전사’ 속 이야기에 함께 웃고 울었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세대 간에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영화가 된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더욱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누구나 천만을 원하지만, 누구나 이룰 수 있는 숫자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택시운전사’는 세상이 도와준 영화 같다”는 것이 박은경 대표의 솔직한 마음이다.
“정말 ‘택시운전사’는 세상이 도와준 영화 같아요. 보통 업계에서 천만은 하늘에서 내린다고 하잖아요. 결과도 그렇지만 만들 때부터 특히 세상이 도와준다는 생각을 느꼈어요. 큰 마음들이 우리 작품에 모이는구나 싶었죠. 시작부터 큰 의미를 가지고 시작했다면 오버고요(웃음). 많은 분들이 ‘택시운전사’에 하나씩 뜻을 더해주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작품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모였고, 뜻이 모였고, 마음들이 모였어요. 그러면서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택시운전사’ 속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확장성이 엄청나게 커지는 느낌이었죠.”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mari@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