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상 은퇴’ SK 왕조, 서서히 사라지는 흔적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9.04 06: 09

박재상(35·SK)은 전성기 시절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춘 외야수로 활약했다. 이른바 SK의 왕조 시절 팀의 주전 좌익수로 활약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그런 박재상의 호쾌한 플레이를 볼 수는 없다.
박재상은 3일 구단을 통해 은퇴의사를 밝혔다. 박재상은 “길었던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하게 되어 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SK에 입단하여 17년 동안 인천에서만 뛰었었다는 점에서 나는 행복한 선수 생활을 한 것 같다”고 시원섭섭한 소감을 밝혔다. 박재상은 오는 9일 인천 넥센전에서 은퇴식을 가질 예정이다. 내년에는 코칭스태프에 합류한다. 보직은 미정이지만, 현역 시절 박재상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포지션이 될 전망이다.
조금은 불운했다. 2009년 133경기에서 타율 2할9푼5리, 15홈런, 33도루를 기록하며 정상급 외야수로 발돋움했던 박재상은 2013년까지만 해도 팀 내에서 확실한 지분이 있었다. 그러나 2014년부터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해는 불운의 결정판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연습 중 얼굴에 공을 맞아 시즌 시작이 늦었고, 한창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던 7월에는 허벅지를 다쳐 3주 이상 빠졌다.

그 사이 어리고 힘이 좋은 외야수들이 치고 올라왔다. 박재상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었지만 트레이 힐만 감독의 성향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올해도 잔부상이 겹쳤고, 퓨처스팀(2군) 운영 방향은 베테랑보다는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쪽으로 바뀌었다. 야속할 법도 했지만 대세는 거스를 수 없었다. 구단은 방출 후 새 팀을 찾는 것보다는 코칭스태프 합류를 권유했고, 결국 올 시즌 후 열릴 2차 드래프트에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은퇴에 이르렀다.
박재상의 은퇴로 왕조를 이끌었던 SK 주축 선수는 또 하나가 팬들과 작별을 고했다. 실제 3회 우승의 마지막 해(2010년)에 뛰었던 선수들은 80% 가까이가 현재 팀에 없다. 7년이라는 게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그간 선수단의 움직임이 비교적 활발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2010년 당시 1경기라도 뛴 SK 소속 투수는 총 25명. 이중 현재 SK에 남아있는 선수는 김광현 김태훈 문광은 박희수 윤희상까지 5명(20%) 뿐이다. 이승호 정대현 정우람은 FA를 통해 팀을 떠났고 송은범 박현준은 트레이드됐다. 제춘모 엄정욱 전병두는 부상과 싸우다 은퇴했다. 현재 남아있는 5명도 김광현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은 2010년 당시 활약이 크지 않았다. 주축은 싹 다 바뀌었다고 보면 되는 셈이다.
야수 27명(타석에 들어선 투수는 제외) 중에서도 지금까지 남아있는 선수는 김강민 나주환 박정권 이재원 조동화 최정까지 6명(22.2%)이다. 자연 은퇴보다는 FA 선언이나 트레이드로 적잖은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이 중 조동화는 세대교체 흐름에 밀려 올 시즌 1군 출장 기록이 없다. 김강민 박정권 또한 후배들의 거센 추격에 출전 기회를 많이 잃은 상황이다. 왕조의 흔적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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