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의 축구 스타 세르베르 제파로프(35)는 한국 팬들에게도 낯익은 인물이다.
제파로프는 2010년 K리그에 데뷔해 서울, 성남, 울산 등을 거치며 통산 110경기에 나서 20골 16도움을 기록한 대표적인 지한파다. 제파로프와 함께 우즈벡 대표팀서 활약하는 알렉산더 게인리흐(33)도 수원 삼성에서 한 시즌 뛴 경험이 있다.
제파로프는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A조 최종예선 9차전서 선발 출격해 86분을 뛰었다. 대표팀의 맏형인 그는 최종예선 9경기 중 7경기에 출전하며 정신적 지주 역을 하고 있다.
K리그와 우즈벡 대표팀서 오랜 시간 활약한 제파로프는 누구보다 한국을 잘 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우즈벡축구협회가 비공개 훈련을 요청하면서 옛 동료 고요한(서울)을 비롯한 한국 선수단은 물론 취재진과 만날 기회가 없다.
운 좋게도 우즈벡 대표팀 선수들과 같은 숙소에 묵는 기자는 제파로프를 만날 수 있었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타슈켄트 모처 호텔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연찮게 마주쳐 짧게나마 대화를 나눴다.
제파로프는 "한국에서 오래 뛰었기 때문에 한국을 잘 알고 있다. 한국 선수들도 우리가 익숙하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라면서 "준비를 아주 잘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5일 자정 우즈벡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A조 최종예선 최종전(10차)을 치른다. 2위 한국(승점 14, 골득실 +1), 3위 시리아(골득실 +1), 4위 우즈벡(이상 승점 12, 골득실 -1)이 남은 직행 티켓 1장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다.
우즈벡전은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린 한 판이다. 승리하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의 대업을 달성한다. 비기더라도 시리아-이란전 결과에 따라 조 3위 플레이오프로 밀려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패하면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서 탈락할 수도 있다.
우즈벡도 한국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한국을 이기면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에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제파로프는 "한국과 경기는 항상 어려웠기 때문에 이번에도 터프한 경기가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은 우리의 홈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에 졌지만 아직 월드컵에 나갈 기회가 남아 있다"며 "한국을 꺾고 러시아에 가겠다"고 월드컵 본선행 의지를 불태웠다.
제파로프는 10년 넘게 대표팀서 활약했지만 월드컵 무대를 밟지는 못했다. 한국이 항상 우즈벡보다 위였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도 한국에 골득실에 밀려 본선행이 좌절됐다.
제파로프가 4년 전 못다 이룬 꿈을 안방에서 꾸고 있다./dolyng@osen.co.kr
[사진] 제파로프(위)-우즈벡 대표팀 버스(아래) / 타슈켄트(우즈벡)=이균재 기자 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