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화 외인 카스티요, LAD 빅리그 데뷔
한화 거친 외인 빅리거만 8명, 'ML 사관학교'
한화 출신 메이저리거가 또 한 명 나타났다. 최고 160km 강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 파비오 카스티요(29)가 그 주인공이다. 한화를 거쳐간 8명째 외인 투수다.
카스티요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더블헤더 2차전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2-5로 뒤진 4회 구원등판, 1⅓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최고 98마일(158km) 포심 패스트볼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던져 헛스윙 삼진 2개를 뺏어냈다.
카스티요는 지난해 한화 외국인 투수로 뛰었다. 6월 대체 선수로 합류해 20경기(15선발) 7승4패 평균자책점 6.43을 기록했다. 한화 관계자는 "팀 사정상 선발과 구원을 계속 오가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군말 없이 받아들였던 착한 선수였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제구 불안으로 재계약은 못했지만, 한화가 외인 영입에 애먹을 때 다시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의견도 있을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미국으로 돌아간 카스티요는 LA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고, 6월 40인 로스터에 진입했다. 트리플A에서 22경기(16선발) 4승8패 평균자책점 4.27로 가능성을 보였고, 9월 확대 로스터로 콜업을 받으며 빅리거 꿈을 이뤘다.
메이저리그를 누비고 있는 한화 출신 외인 투수는 카스티요뿐만이 아니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3경기 선발로 나서 2승1패 평균자책점 4.20을 기록 중인 앤드류 앨버스도 2014년 한화에서 뛰었다. 그해 28경기 6승13패 평균자책점 5.89로 기대이하 성적을 남기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2015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2016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총 7경기를 짧게 던지면서 가능성을 보여준 앨버스는 지난달 중순 선발이 구멍난 시애틀로 트레이드돼 벌써 2승을 거두며 선발 기회를 살리고 있다.
한화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최초의 외인선수는 호세 파라. 1998년 삼성과 2002년 한화에 몸담은 파라는 2004년 뉴욕 메츠에서 메이저리그 마지막 시즌을 보냈다. 파라는 한국으로 오기 전에도 빅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였다. 2007년 한화 외인 최다승(11승)을 거두고도 재계약에 실패한 세드릭 바워스는 2008년 미국으로 돌아가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꿈을 이뤘다. 2010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도 던졌다.
파라와 세드릭이 짧은 기간 활약한 반면 풀타임 한화 출신 빅리거들도 많았다. 2008~2009년 한화 마무리투수로 2년간 44세이브를 거둔 브래드 토마스는 2010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10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로 컴백했다. 그해 구원투수로 49경 6승2패4홀드 평균자책점 3.89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2010년 후반기 대체 선수로 한화에 들어와 9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9.10으로 초라한 성적을 남겼던 쿠바 출신의 프랜시슬리 부에노도 2012~2014년 3년간 캔자스시티 로열스 불펜으로 55경기에 나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2년 대체 선수로 14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1홀드 평균자책점 8.40으로 중도 퇴출된 션헨은 2013년 뉴욕 양키스에서 4경기 던졌다. 2013년 한화 외인 투수 중 역대 최다 172⅓이닝을 던지고도 6승14패에 그친 불운의 다나 이브랜드는 2014년 뉴욕 메츠, 2015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2016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3년간 구원으로 총 74경기에 등판했다.
2014년 훌리오 데폴라와 케일럽 클레이처럼 메이저리그 콜업을 받아 로스터에 등록됐으나 등판 기회를 얻지 못하고 내려간 선수들도 있다. 이들을 제외해도 2004년부터 최근 14년 사이 8명의 외인 투수들이 한화를 거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2년에 한 번꼴로 메이저리거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는 '사관학교'라 할 만하다. KBO리그 전체 구단 중 단연 최다인원이다.
그러나 토마스를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은 전부 1년만 뛰고 타의로 한화를 떠났다. KBO리그에선 경쟁력이 없었고, 한화의 외인 투수 잔혹사를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한화를 떠나 뒤 머지않아 다시 메이저리그에 갈 만큼 실력 있는 선수들이 한화에선 꽃을 피우지 못했다는 건 곱씹어볼 대목이다. 이 기간이 한화의 암흑기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팀으로선 큰 불운이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시절 토마스-부에노-이브랜드-앨버스-카스티요(위), 앨버스-카스티요(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