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올 시즌 백정현(30)은 삼성 마운드에 그야말로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올 시즌 백정현이 거둔 성적은 30경기 7승 3패 3홀드 평균자책점 3.94. 성적도 성적이지만, 외국인 투수가 연이은 부상으로 제 몫을 해주지 못하면서 생긴 선발진 구멍을 제대로 채우면서 선발 로테이션 운용에 큰 힘이 됐다.
그러나 백정현 역시 올 시즌 부상으로 고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느정도 올라왔다 싶으면 한 번씩 부상으로 빠졌다. 6월 중순에는 허리 통증으로 약 2주 간 공백이 있었고, 8월 초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에 나섰다가 9월 1일 확대 엔트리에 맞춰 복귀했다.
복귀 첫 날. 다소 아쉬움이 남는 피칭을 했다. 지난 1일 인천 SK전에서 백정현은 6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5-5로 맞선 상황. 선두타자 노수광에게 3루타를 맞은 후 정진기와 최정을 연이어 볼넷으로 내보냈다. 결국 마운드를 심창민에게 넘겼고, 심창민이 두 명의 주자에게 홈을 허용하면서 심창민은 2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그리고 하루 뒤. 백정현은 180도 다른 피칭을 선보였다. 3-2로 살얼음판 리드를 안고 있던 6회말 마운드에 오른 그는 3이닝 동안 볼넷 한 개 없이 1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결국 9회 오른 장필준까지 무실점 투구를 하면서 삼성은 5연패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완벽하게 돌아온 백정현은 현재의 몸 상태에 대해서 "괜찮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첫 날은 너무 안 맞으려고 한 것이 볼넷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두 번째 등판에서는 좀 더 공격적으로 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은 9위(47승 4무 75패)로 5위 넥센과는 17경기 차다. 2년 연속 가을야구 불참이 유력한 가운데 백정현은 부상으로 이탈해 있던 시간이 그저 미안했다. 백정현은 "팀에 많이 미안했다"라며 "아프지 않은 것도 실력이다. 좀 더 분발하고 남은 시간이라도 최대한 팀에 도움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김한수 감독은 백정현의 피칭을 지켜본 뒤 "2군에서 실전 경험없이 가벼운 피칭만하고 올라온 상태였다. 몸 상태를 지켜본 뒤 다음 주 중 선발 기용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막바지 구체적인 보직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백정현 역시 "선발과 구원 상관없이 주어진 역할을 하고 싶다"라며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올 시즌도 막바지로 향한 가운데, 백정현의 목표는 '유종의 미'다. 백정현은 "아무래도 아프다 올라오면 개인 기록은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된다"라며 "아프지 않고 올 시즌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