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신부전증 진단을 받은 개그맨 최홍림의 사연이 공개됐다.
3일 오전 방송된 MBC '사람이 좋다'에는 개그맨 최홍림이 출연했다.
1987년 제1회 대학 개그제에서 동상을 받으며 데뷔한 최홍림은 ‘꼭지와 깍지’, ‘청춘행진곡’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개그맨 사이에서 그는 점점 설 자리를 잃었고 결국 어느 순간부터 방송에서 볼 수 없었다.
그는 “22살에 데뷔하고 29살에 군대를 가면서 개그 생활을 못했다. 지금 41살부터 십몇 년만에 방송을 해서 지금까지 거의 10년 째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울증을 겪던 그는 가족들이 있던 미국으로 건너간 후 2002년 최초의 개그맨 출신 프로골퍼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 14년 만에 한 방송을 통해 복귀했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데뷔 33년 만에 인지도도 쌓이고 사업도 안정되어 갈 쯤 말기 신부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지난 검진 당시 남아있는 신장 기능은 17%. 이번 검사 결과는 더 안 좋아졌다. 담당의사는 “올해 들어서부터 신장기능이 점점 떨어진다. 8.4%밖에 남지 않았다. 투석이나 이식이라는 신장을 대신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전환하셔야하는 시기다. 일단 일을 접으셔야 한다”는 소견을 전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그는 “살면서 너무 착하게 살아왔는데 왜 이런 병이 걸렸는지 모르겠다. 우리 가족이 다 건강한데 왜 나만 나쁘냐”고 토로하며 “수술하고 나면 5개월 후에 과연 방송국에서 나를 불러줄까. 제가 잘나가는 사람이라면 내일 당장 수술한다. 그럼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저는 아니다. 제가 수술하면 방송은 끝이라고 생각한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던 그에게 신장 기증자가 나타났다. 그는 다름 아닌 최홍림의 친형. 하지만 최홍림의 고민은 점점 깊어가고 있다. 어린 시절 형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은 탓으로 40년간 연락을 끊고 지냈다.
최홍림은 “나를 때림으로 인해서 우리 엄마한테 돈을 받아갔으니까. 살점 뜯겨나가고. 그러니까 안 보는거지 나만 때린 게 아니라 우리 누나도 때렸고 더 나아가 강도가 세졌다. 손이 회초리가 되고 회초리가 방망이가 되고 총만 없을 뿐이지 칼까지 갔으니까. 얼마나 무서웠겠나 어린나이에”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친형이 수도 없이 문자가 오는데 단 한 번도 답변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신장이 안 좋다는 걸 알고 본인이 홍림이한테 해준 게 없다고 미안하다고 자기 신장을 주겠다고 누나에게 의사를 전달해서 연락이 왔다. 하긴 해야 하는데 하고 싶지가 않다. 이제까지 안하다가 신장준다고 하니까 연락하는 것도 좀 그렇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최홍림은 용기를 내서 형에게 연락을 했고 두 형제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게 됐다. 형은 “누나나 동생들한테 조금이라고 애먹인 것도 미안하고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해야 하는데 내가 그걸 몰랐다. 내가 너무 못살게 했다. 후회된다. 홍림이한테 신장을 주면 부모님한테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마음이 들 것 같다”고 사과를 전했다. 며칠 후 병원에서 다시 만난 형제는 함께 검사를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최홍림은 “모든 사람들이 건강했으면 좋겠고 수술 후에도 안 잊혀졌으면, 저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저를 다시 불러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mk3244@osen.co.kr
[사진] ‘사람이 좋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