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름다운, 그래서 더 슬픈 헤드윅이라니. 유연석에 또 반한 시간이다.
유연석은 현재 뮤지컬 '헤드윅'에서 헤드윅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헤드윅'은 과거의 아픈 상처를 딛고 음악을 통해 새 인생을 살고자 하는 동독 출신의 트랜스젠더 가수인 헤드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뮤지컬로, 국내에서는 2005년 4월 초연됐다. 이후 현재까지 통산 2000여회 공연, 누적 공연관람객수 약 48만명을 동원한 스터디셀러다.
조승우, 오만석, 조정석, 윤도현, 김다현, 최재웅, 김재욱, 김동완, 변요한 등 수많은 스타들이 헤드윅으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열광케 만들었다. 무려 13년째 순항 중인 '헤드윅'의 이번 공연에는 오만석, 유연석, 마이클리, 정문성, 조형균이 헤드윅 역을 맡아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바로 유연석. 2015년 '벽을 뚫는 남자'로 뮤지컬 배우 데뷔를 한 유연석은 SBS '낭만닥터 김사부' 성공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헤드윅'을 선택했다. '벽을 뚫는 남자' 출연 당시에도 회사에 직접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던 유연석은 평소 무대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컸다고.
그럼에도 유연석이 '헤드윅'을 선택했다는 건 의외일 수밖에 없다. 13년이란 시간 동안 베테랑 배우들이 거쳐갔던 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작품이자 캐릭터일 터. 이번 캐스팅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은 이도, 가장 큰 우려를 얻은 이도 유연석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유연석은 첫 공연부터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는 무대 장악력으로 관객들을 열광케 만들었다.
공연 전부터 프로필 사진을 통해 놀라운 미모를 뽐냈던 유연석은 등장부터 시선을 압도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유연석이 맞나 눈을 의심할 정도로 자신만의 헤드윅을 완벽하게 구축한 모습. 무대를 꽉 채우는 존재감과 탁월한 노래 실력은 기본이고, 깊이가 느껴지는 감정 연기로 헤드윅이 가진 아픔, 슬픔 등을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대사 한 마디, 노래 가사 한 줄에도 헤드윅의 영혼이 가득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방대한 양의 대사와 노래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터져나오는 유연석만의 애드리브는 빵빵 터지는 재미를 선사한다. '낭만닥터 김사부'와 '응답하라 1994' 등 자신이 출연했던 드라마 속 대사나 상황을 언급하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터져나오는 관객들의 외침에도 차진 욕설을 더해 재치있게 반응했다.
유연석이 그동안 얼마나 많이 연습을 하며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오롯이 느낄 수가 있다. 앵그리인치 밴드와 이츠학이 있기는 하지만 헤드윅이 끌고 가는 공연이니만큼 주연 배우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한데, 유연석은 그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다. 유연석도 강동주도 칠봉이도 아닌 오로지 헤드윅으로 무대에 올라 눈호강, 귀호강은 물론이고 뭉클한 감동과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하는 그이기에 130분이 넘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
뮤지컬 '헤드윅'은 11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parkjy@osen.co.kr
[사진] 쇼노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