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김영권(27, 광저우 헝다)이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등을 돌렸던 팬들도 비난을 멈추고 다시 응원의 손길을 모아야 할 때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마지막 관문을 앞둔 축구대표팀이 결전지에 당도했다.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우즈베키스탄행 비행기에 오른 신태용호는 7시간 35분을 날아 2일 새벽 결전지인 타슈켄트에 입성했다.
대표팀은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서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후반 초반 이란 선수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를 점했지만 무승부의 아쉬움을 삼켰다.
목전이었던 이란전 승리를 놓치면서 한국(승점 14, 골득실 +1)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3위 시리아(골득실 +1)와 4위 우즈벡(이상 승점 12, 골득실 -1)에 앞선 2위지만 5일 자정 열리는 우즈벡과 최종전을 이겨야만 자력으로 본선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
한국이 우즈벡과 비기고, 시리아가 이란을 잡으면 한국은 3위로 밀려나 본선행의 가시밭길을 피할 수 없다. 호주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지역 B조 3위국과 홈 앤 어웨이 플레이오프를 거쳐 북중미지역 4위국과 홈 앤 어웨이 승부를 펼쳐야 한다.
이란전을 마친 뒤 대표팀 안팎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내용과 결과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한국은 이란보다 1명이 많았지만 유효슈팅은 없었다. 장현수의 헤더와 권창훈의 프리킥 정도가 뇌리에 남은 장면이다. 설상가상 '주장' 김영권의 때 아닌 실언으로 안 그래도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이란전을 마친 뒤 "경기장 함성이 워낙 커서 소통 잘 되지 않아 연습한 걸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경솔 발언했던 김영권은 출국 전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국민들의 응원을 전혀 나쁜 의도로 얘기한 게 아니다. 나쁜 의도였다면 당연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다. 먼 길 오셔서 6만이 넘는 관중석을 채워주시고 응원해주셨다. 축구대표팀 선수로서 영광스런 자리에 서서 경기를 한 만큼 감사하고 고맙다."
김영권은 "저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화가 나셨다면 죄송하고, 잘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가장 걱정스런 부분은 대표팀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건 저 하나의 문제다. 우즈벡전까지 계속 이어진다면 대표팀에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저부터 본선 티켓을 따서 가지고 올 수 있도록 하겠다. 다시 믿어주고 응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신태용 감독도 주장에게 힘을 실었다. "영권이에게 대표팀 첫 발탁에 상암에서 가장 큰 경기를 치르는 (김)민재를 잡아 달라고 주문했다"는 그는 "민재를 리드해야 했던 영권이가 잘 들리지 않은 걸 얘기한다는 게 잘못 전달됐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으니 오해의 소지가 없었으면 좋겠다. 우즈벡전까지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국민들에게 당부를 전했다.
애정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이란전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떠나고 신태용 감독이 부임한 뒤 가진 첫 경기였다. 상대가 축구장 안팎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이란이었으니 국민들의 승리 열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팬들의 실망을 십분 이해한다. 대표팀 주장의 실언에 실망감은 배가 됐으니 비난과 비판도 당연하다. 그러나 당사자의 진심 어린 사과가 나온 지금, 성난 민심을 거두고 다시 응원을 보내줬으면 좋겠다. 오롯이 러시아행의 꿈을 이루기 위함이다. 선수단뿐 아니라 모든 축구인과 팬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아도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한국 축구를 위해서다.
김영권은 신태용호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수비수다. A매치 46경기(2골)를 뛰었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역인 그는 홍명보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으며 A대표팀 부동의 센터백으로 이름을 날렸다. 2014 브라질 월드컵서 한국의 뒷마당을 지켰고,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과 동아시안컵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다.
신태용 감독이 1년여 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김영권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며 믿음을 보내는 덴 다 이유가 있다. 이란전에는 부진했지만 김영권은 여전히 러시아행을 위해 꼭 필요한 선수다. 멘털이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계속된 비난을 받는다면 경기력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대표팀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지금은 이들이 오직 우즈벡전 승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야 한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를 통해 성장하는 게 사람이다. 문제는 그 이후의 대처다. 김영권은 논란이 불거진 날,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이제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때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