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골칫거리였던 기억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는 연봉에 걸맞은 활약을 한다. 유구한 라이온즈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준비도 마쳤다. 삼성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31)의 이야기다.
러프는 9위에 처져 힘없이 시즌을 마감하고 있는 삼성의 한가닥 위안이다. 실패 확률이 제법 높은 외국인 타자 시장에서 구단의 선택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삼성의 4번 타순을 지키는 러프는 시즌 114경기에서 타율 3할5리, 24홈런, 9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5를 기록 중이다. 올해 새로 들어온 외국인 타자 중에서는 최상위권 성적이다.
초반에는 한숨이 나왔다. 3~4월 18경기에서 타율 1할5푼에 그쳤다. “홈런왕 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2군에 갔다. 삼성으로서는 큰 손실을 볼 위기였다. 러프는 올해 연봉만 110만 달러의 거물급 외인 선수다. 여기에 공개되지 않은 이적료도 만만치 않았다. 러프가 이대로 무너지면 성적이나 금전적으로나 손해가 막심했다.
하지만 그만한 경력의 다른 외국인 선수와는 다르게 열린 자세로 자신을 고쳐나갔다. 한국 무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땀은 결실을 맺었다. 러프는 1군에 재진입한 5월 2일 이후 96경기에서는 타율 3할3푼, 22홈런, 93타점, OPS 0.987을 기록했다. 다른 특급 외인 부럽지 않은 성적이다. 당연히 내년 재계약 대상자로도 분류된다.
러프는 4번 타자의 덕목을 잘 갖췄다. 해결사 능력이다. 득점권 타율이야 허상인 부분이 있지만 어쨌든 3할5푼9리의 고타율이다. 주자가 있을 때의 타율도 3할2푼1리로 시즌 평균보다 높다. 주자가 있으면 더 결과가 좋았다. 그 결과 어느덧 98타점을 쌓았다. 1일 현재 리그 전체를 따져도 러프보다 더 많은 타점을 기록한 선수는 최형우(KIA·114개)와 김하성(넥센·102개) 뿐이다. 리그 3위다.
이런 러프는 삼성 외국인 타자 역사상 세 번째로 100타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첫 선수는 화려한 MLB 경력을 자랑했던 훌리오 프랑코(현 롯데 코치)다. KBO 리그의 여러 가지를 바꾼 외국인 타자로 기억되는 프랑코는 2000년 132경기에서 타율 3할2푼7리, 22홈런, 110타점을 기록하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동안 나오지 않았던 삼성 외국인 100타점은 2015년 야마이코 나바로가 이었다. 나바로는 당시 140경기에서 타율은 2할8푼7리로 그렇게 높지 않았으나 48개의 대포를 쏘아 올리며 무려 137타점을 올렸다. 삼성 역사상 나바로보다 한 시즌에 더 많은 타점을 기록한 선수는 2003년 이승엽(144타점) 뿐이었다.
러프는 7월 22경기에서 13타점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8월 24경기에서는 24타점을 기록했다. 처진 기색이 별로 없다. 남은 경기수를 고려하면 100타점 돌파는 확실시된다. 만약 재계약에 이른다면 내년 도약을 노리는 삼성은 확실한 4번 타자를 확보한 채 시즌을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