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리그 홈런왕이자 올 시즌 홈런 1위인 최정(30·SK)은 8월 31일 인천 삼성전을 앞두고 “오늘부터 수비도 나간다. 풀로 경기를 뛴다”고 했다. 표정은 밝았다. 마치 벤치에만 앉아 있기에는 몸이 근질근질했다는 뜻으로 들렸다.
최정은 최근 종아리 부상에 고전했다. 8월 11일 잠실 LG전에서 타격 후 달려 나가다 종아리 근육에 통증을 느꼈다. 조금 쉬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상태는 쉬이 호전되지 않았다. 근육이 부분 파열된 상황이었다. 타격은 어느 정도 정상적으로 가능했지만 주루나 수비는 안 됐다. 그렇게 계속 대타로 나서다,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하지만 타격감은 좋지 않았다.
메이저리그(MLB)에는 이른바 ‘지명타자 전문’으로 평가되는 선수가 있다. 지명타자는 수비에 나서지 않는다. 벤치에 앉아 있어 체력 관리가 쉬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엄청난 노력과 지명타자만의 경험이 필요하다. 수비에 나가면 몸도 풀리고, 경기에 대한 집중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지명타자는 덕아웃에서 경기를 봐야 한다. 흐름이 끊기고 몸과 마음 모두 느슨해진다. 최정도 “적응이 안 됐다”고 털어놨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자리인 3루로 간 후 맹타다. 최정은 31일 삼성전에서 2루타 2방을 포함해 3안타를 때렸다. 1일 삼성전에서는 2루타 1개와 시즌 39호 홈런을 터뜨렸다. 두 경기 모두 펜스 근처까지 가는 잘 맞은 타구가 많았다. 최정도 “수비에 나가다보니 밸런스가 나아지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아직은 조심해야 할 단계지만 종아리도 큰 문제는 없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뛸 때다.
한때 박병호(미네소타) 이후 첫 50홈런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최정이다. 그러나 부상으로 10경기 이상을 허송세월 날리면서 이는 힘들어졌다. 하지만 그간 쌓아둔 게 많다. 벌써 39개다. 2년 연속 40개까지 1개가 남았다. 최정의 개인 홈런 기록도 지난해 40개다. 개인 기록까지 2개, 페르난데스가 가지고 있는 팀 기록(45개)까지는 6개가 남았다. 아직 포기하기는 이른 격차다.
한편 2년 연속 40홈런도 리그에서는 희귀한 기록이다. 이승엽 심정수 박병호에 이어 지난해 에릭 테임즈(현 미네소타)가 기록했다. 4명뿐이다. 1개를 더 치면 최정이 그 노트에 이름을 적는다. 무엇보다 최정이 3루와 3번 타순을 지키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팀 무게감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5위 탈환에 사활을 건 SK도 최정의 홈런포가 자주 터지길 기대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