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와 휴스턴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팀들이다. 각각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다. 그리고 ‘대권 도전’을 위해 과감한 트레이드를 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시점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휴스턴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당대 MLB 무대를 주름잡았던 우완 선발 저스틴 벌랜더(34)를 영입했다. 팀 내 유망주 3명(플랭클린 페레스, 다즈 카메론, 제이크 로저스)을 디트로이트에 내줬다. 디트로이트는 벌랜더의 잔여연봉(2년간 5600만 달러) 중 800만~1000만 달러 정도를 보조하는 선에서 손을 털었다.
휴스턴의 마지막 승부수다. 이날이 지나면 웨이버 트레이드가 된다 하더라도 포스트시즌에는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시점인 30대 중반의 나이에 잔여연봉 부담이 큰 벌랜더를 영입한 것은 결국 가을무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다. 휴스턴은 댈러스 카이클을 필두로 랜스 맥컬러스, 찰리 모튼, 브래드 피콕, 콜린 맥휴 등 괜찮은 선발 자원들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포스트시즌 경험이 부족하다. 큰 무대의 중압감은 분명히 강하다.
다저스와 흡사하다. 다저스는 논-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지난 7월 말 극적으로 다르빗슈 유(31)를 손에 넣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다르빗슈에 유망주 몇 명을 내줬다. 말 그대로 ‘반 시즌 렌탈’이 될 수도 있지만, 대권 도전을 위해 출혈은 불가피했다. 공교롭게도 양대리그 승률 1위 팀이 모두 포스트시즌을 염두에 둔 선발 자원을 보강한 셈이 됐다.
다저스는 지구상 최고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가 있다. 그 외 알렉스 우드, 리치 힐, 류현진, 마에다 겐타 등 풍부한 선발진을 자랑한다. 다르빗슈 없이도 리그 최고의 선발진 중 하나다. 그러나 커쇼와 짝을 이룰 강력한 우완 에이스에 목말라 있었다. 팔꿈치 수술 여파에서 벗어난 다르빗슈는 시장에 나와 있는 우완 중 가장 강력한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미국에서는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지 않으나 일본이나 국제무대에서 경험이 적지 않다.
벌랜더는 확실한 포스트시즌 경력이 있다. 포스트시즌 통산 16경기에서 7승5패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했다. 비록 전성기에서는 다소 내려왔으나 올해 들어 구속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는 점 또한 휴스턴의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뭐래도 MLB 183승 투수이자 2011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사이영상 수상자다. 경험과 관록은 무시할 수 없다. 역시 좌완 에이스인 댈러스 카이클과 짝을 이루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
물론 이런 단기적인 목표를 가진 트레이드가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씁쓸한 결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아무리 좋은 전력이라고 해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장담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다르빗슈나 벌랜더가 우승 청부사가 될 수 있을까. 단 1명에게만 영예가 가능하고, 둘 다 실패할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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