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 만의 승리에 도전했던 SK 우완 윤희상(32)이 다시 씁쓸한 기억을 남겼다. 좋아진 부분도 있었지만, 아직 예전의 모습을 찾지 못한 부분도 여전히 있었다.
윤희상은 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88개의 공을 던지며 9피안타 3탈삼진 5실점(4자책점)을 기록했다. 사사구는 없었다. 5-5로 맞선 6회 무사 1루에서 문광은으로 교체됐다. 개인적으로는 6월 24일 kt전 이후 69일 만의 승리 도전이었으나 무산됐다.
올 시즌 팀의 토종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윤희상은 갈수록 저조한 구위를 보이더니 급기야 후반기 4경기에서는 3패 평균자책점 9.50으로 크게 부진한 끝에 2군으로 내려갔다. 무엇보다 빠른 공 구속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구위 저하가 눈에 들어왔다.
빠른 공 평균 구속이 140㎞대 초반은 나와야 하는 윤희상이지만 후반기에는 대다수 빠른 공이 이 정도에서 머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주무기인 포크볼 등 다른 구종들의 위력도 덩달아 감소했다. 특유의 완급조절도 자연히 어려워졌다. 또한 회복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구위를 유지하기 위해 예전보다 더 오랜 휴식이 필요했던 것. 대표적인 이닝이터형 투수였던 윤희상으로서는 자신의 장점을 잃은 셈이었다.
윤희상은 2군에서 푹 쉬며 구위를 점검했다. 불운하게도 퓨처스리그(2군)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는 경우가 잦아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었다. 다만 최근 가진 불펜투구(75구)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이에 이날 선발 복귀 결정이 나왔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만큼 좋은 투구 내용을 기대하는 시선도 있었다.
긍정적인 부분은 있었다. 빠른 공 구속은 확실히 올라왔다. 140㎞ 초·중반대 빠른 공이 꾸준히 들어왔다. 포크볼 구속도 다소 나아졌다. 공에 힘도 붙은 모습으로, 삼성 타자들이 쉽사리 장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포크볼이 덜 떨어지며 예전만큼 결정구 노릇을 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웠다. 존이 좁아 보이는 가운데 몰린 포크볼들이 피안타로 연결되며 쉽지 않은 하루를 보냈다.
1회부터 불안했다. 다소 아쉬운 경우도 있었다. 선두 박해민, 1사 후 구자욱에게 각각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다. 윤희상은 러프 타석 때 포수 패스트볼이 나오며 허무하게 선취점을 잃었다. 이어 러프에게는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맞고 1회부터 2점을 실점했다.
2회에는 선두 배영섭에게 좌전안타, 1사 후 권정웅에게 3루수 방면 안타를 맞았다. 이어 박해민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1사 만루에 몰렸다. 박해민의 타구도 역시 정타는 아니었는데 코스가 좋았다. 이어 김성훈의 유격수 앞 내야안타 때 실점했다. 병살은 포기해도 아웃카운트 하나는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타구가 너무 느렸다. 이는 구자욱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이어졌다.
어쨌든 2회까지 총 7개의 안타를 맞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다만 그 후로는 공의 힘을 유지하며 안정세로 돌아섰다. 3회는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4회에도 강한울을 투수 앞 땅볼로, 권정웅을 헛스윙 삼진으로, 박해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권정웅을 삼진으로 잡은 포크볼은 비교적 예리했다.
5회에는 2~4번 타순을 삼자범퇴로 가볍게 요리하고 투구수도 아꼈다. 5회를 마무리하는 데 단 5개의 공이 필요했다. 김성훈을 삼진으로 잡아낸 포크볼은 역시 낮게 떨어지며 탄착군이 잡혀갔다. 하지만 5-4로 앞선 6회 이승엽에게 2루타를 맞았다. 포크볼이 높게 떨어진 게 화근이었다. 이어 조동찬에게 던진 빠른 공도 높게 몰리며 적시타로 이어졌다. 승리 요건이 날아간 윤희상이 더 마운드에 있을 이유는 없어 보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