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에게 쓰는 편지]④ 김승관 코치, "최고가 되기 위한 너의 노력과 절제에 박수를"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7.09.02 05: 45

스포츠 연예 전문 미디어 OSEN이 현역 은퇴를 앞둔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을 위한 '이승엽에게 보내는 편지'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편지, 이승엽의 경북고 시절 은사인 서석진 TBC라디오 해설위원의 편지를 시작으로 매주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영원한 친구 승엽이에게. 
너와 인연을 맺은 게 어느덧 30년이 됐네. 세월 참 빠르다. 늘 소년일 줄 알았는데 중년이 됐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널 처음 만났을때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우리가 단 한 번도 같은 학교에 다닌 적은 없지만 지역 예선전에서 자주 맞붙으며 자연스레 친해진 것 같다. 

경상중 좌완 에이스 이승엽은 진짜 최고였다. 중학교 3학년 때 너의 슬라이더 위력은 거짓말 조금 보태면 내가 지금껏 봤던 슬라이더 가운데 손에 꼽힐 정도였다. 알고도 못친다고 할까. 경북고 이승엽-대구상고 김승관 라이벌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기분이 묘했어. 선의의 경쟁이라고 해야 하나. 
늘 상대 선수로만 만났던 너와 같은 유니폼을 입었을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너 기억하냐. 입단 직후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선수단 워크숍에서 구단에 바라는 부분을 가감없이 이야기하라고 했을때 우리 둘이 경산 볼파크 숙소 룸메이트를 이루게 해달라고 적었던 거. 다른 동기들은 선배와 방을 쓰면서 고생 많이 했는데 우리는 정말 밤새도록 웃고 떠들고. 그 시절이 참 행복했다. 
진짜 먹기도 엄청 많이 먹었다. 쉬는 날마다 시내에 가면 요즘 말로 '먹방 투어'를 찍었지. 장우동에 가서 당시 2000, 3000원 짜리 메뉴가 대다수였는데 둘이서 3만원 가까이 먹었으니. 우리가 스페셜 떡볶이, 만두, 라면, 김밥, 쫄면, 우동 등 이것저것 시켰잖아. 그때 종업원이 "손님 더 오세요?"라고 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정말 엄청났다. 
그러고 보면 넌 자기 관리가 아주 철저했어.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도 버스가 끊기기 전에 숙소에 들어가서 혼자 스윙 훈련까지 했으니. 아마도 그러한 자기 관리가 있었기에 지금의 이승엽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 맞다. 너 정말 독한 거 아냐. 얼마나 자기 관리를 잘했으면 일본가기 전까지 9년간 뛰면서 2군 한 번 안 내려오냐. 나는 2군에서 한없이 준비하면서 10년 가까이 기다렸는데. ㅎㅎㅎ 독하다. 독해. 이승엽. 물론 웃자고 하는 이야기다. 니가 그만큼 실력과 자기 관리 모두 뛰어났다는 거니까. 요즘 선수들이 너의 그런 모습을 보고 배웠으면 한다. 
너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뛸때 겨울마다 상원고에 와서 운동했었잖아. 경북고 출신인 니가 친구인 내가 상원고 코치한다는 이유로 내 제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왔던 거 잘 안다. 당시 경북고 동문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친구 생각해서 와줬을때 진짜 고맙더라. 니 한 마디가 애들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됐다. 와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이것저것 용품도 많이 챙겨주고. 진짜 고맙다. 친구야. 
네가 은퇴한다니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지난달 대구 경기 때 니가 타석에 들어서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하더라. 영원히 있을 줄 알았는데 올 시즌 후 그만 둔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선수 생활을 더 해도 될텐데.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더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성적만 놓고 보면 타 구단의 간판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데 말이다. 그래도 항상 너의 선택은 옳았으니 이번에도 그러하리라 본다. 사직 은퇴 투어 때 보면 더 찡할 것 같다. 니가 선수 유니폼을 입고 뛰는 걸 마지막으로 보게 되니까. 
승엽아.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사실 사람들은 이승엽 하면 화려한 모습만 떠올리는데 네가 얼마나 노력하고 절제하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건 잘 모르잖아. 오랫동안 지켜봤던 나는 최고의 자리에 선 지금보다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절제한 그 과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 은퇴하고 나면 너 자신에게도 좀 더 관대해졌으면 한다. 스트레스도 너무 많이 받지 말고. 선수로서 함께 뛰었던 시간은 짧았지만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시간이 너무나 많으니 즐겁게 살자. 영원한 내 친구 승엽아. 진짜 수고했다. 
From. 너의 영원한 친구이자 라이벌이자 룸메이트인 승관이가. 
[사진] 김승관 코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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