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41·삼성)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갔다.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린 타구는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좌중간 담장을 살짝 넘겼다. 이승엽이 KBO의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다.
이승엽에게 인천은 기록의 땅이다. 양준혁이 가지고 있던 KBO 통산 홈런 기록(351개)을 넘는 역사적 홈런이 바로 이곳에서 나왔다. 이승엽은 2013년 6월 20일 인천 SK전에서 1-1로 맞선 3회 1사 1,3루에서 SK 선발 윤희상의 5구를 받아쳐 홈런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통산 352호 홈런이었다.
이런 인천에서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승엽은 담담하게 인천에 대한 추억을 풀어갔다. 이승엽은 "도원구장의 경우는 작지만 펜스가 높아 왼손 타자들이 홈런을 치기 어려웠다. 여기에 태평양과 현대 투수들도 좋았다. 좋은 기억이 많지는 않다"라면서도 "2001년 문학구장이 개장돼 처음 봤는데 메이저리그 경기장처럼 너무 좋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잠실이 가장 좋았는데, 새 야구장을 보니 너무 좋더라"고 떠올렸다.
좋은 인상 덕인지 이승엽은 문학구장에서의 성적이 좋았다. 이승엽도 "인천에서는 분위기도 좋았고 성적도 좋았던 것 같다"고 웃었다. 한편 이승엽은 352호 홈런 당시 상대인 윤희상이 이날 선발인 것에 대해 미묘한 감정을 털어놓으면서 "홈런 당시는 상대 전적이 좋았는데 올해는 6타수 무안타더라"고 당장 경기를 걱정했다.
이승엽은 전날 4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한 것에 대해 "20홈런에 대해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경기수가 많이 남았으니 운이라도 하나 정도는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어제 포인트가 잘 맞지 않아서 두 번째 타석부터는 배트를 짧게 잡았는데 네 번째 타석에서 홈런이 나왔다.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지만 일단 (달성하니) 홀가분했다"고 돌아봤다.
한편 SK는 이날 이승엽의 인천 마지막 경기를 기념해 기념동판 및 이승엽의 인천 야구 인생이 모두 담긴 디지털액자, 그리고 스포츠아트액자와 사인 배트 등을 전달한다. 선수단도 구단과 별개로 선물을 준비했다. 선수단은 이승엽이 은퇴 후 가족들과 편하게 여행을 다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여행 필수 물품이 완비되어 채워진 대형 여행 캐리어를 준비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