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간 'FM대행진을 지켰던 KBS 아나운서 황정민과 이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끝까지 청취자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며 최선을 다한 황정민 아나운서이기에 아쉬운 마음이 더욱 배가됐다.
황정민은 1일 방송된 KBS 쿨FM '황정민의 FM대행진'에서 "평소엔 그저 숫자 정도만 바뀐다 생각했고 사실 날짜가 바뀌는 지도 몰랐다"라며 "그저 우리는 늘 출근 준비를 같이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차를 앞두고는 매일 매일 바뀌는 숫자들이 비수처럼 꽂히더라. (하차에 대한) 준비가 안됐는데 마음은 이곳인데 시간이 무심하게 앞으로만 가는구나 싶었다"라고 하차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19년, 6894일, 13788시간, 황족과 만든 시간은 이제 멈추지만 우리의 인생은 계속되니까 어디선가 또 만나 다른 숫자들을 만들어 갈 거라 생각한다"라며 "하차를 앞두곤 잠도 잘 안 오더라. 지금까지는 어디 있어도 꿇리지 않고 황족들이 뒤에 있다 생각했는데 이제 그 자리를 벗어난다 생각하니 혼자인게 무섭기도 하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황정민은 1998년 10월 12일 첫 방송을 시작해 무려 19년째 매일 아침 7시에서 9시까지 'FM대행진'과 함께했다. 이는 KBS 라디오 단독 DJ로서 사상 최장수 기간이자, 타사의 동시간대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 DJ들과 비교해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황정민과 청취자가 서로 애틋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게 매일 아침을 함께해왔기 때문. 청취자들에게 족장님이라 불렸던 황정민은 "'FM대행진'을 진행하는 아침 2시간만큼은 저, 황정민으로서 유일한 시간인 것 같다"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10년간 남편 넥타이를 매준 적이 없고, 엄마 없는 아침을 보내는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멋진 엄마가 되는 것으로 보답하려 한다던 황정민이기에 청취자들 역시 높은 신뢰와 큰 애정을 듬뿍 전하곤 했다.
황정민은 "매일 아침에 같이 다니면서 너무 즐거웠다. 지금 헤어지지만 지금 나오는 노래처럼 언젠가 다시 만나고 싶다. 다시 돌아와달라"는 청취자의 문자를 읽은 뒤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제는 한 가족같을 청취자와의 이별은 황정민에게도 아쉬움과 먹먹함이 큰 일이었다.
방송과 연애과 아닌 결혼하듯 살았다고 밝힌 황정민. 육아 휴직으로 'FM대행진'에서는 하차를 하게 됐지만, "언제나 함께하는 마음일 것"이라고 밝힌 황정민의 진심처럼, 청취자들도 영원히 황정민을 잊지 못할테다.
황정민의 마지막 방송은 오는 3일이며, 후임으로는 박은영 아나운서가 낙점됐다. /parkjy@osen.co.kr
[사진]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