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진영이 세상을 떠난 지 8주기가 됐다.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이 사랑했던 배우 故 장진영이 남긴 작품들은 여전히 향기처럼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장진영은 1992년 미스 대전·충남 진(眞)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1997년 KBS 2TV 드라마 '내 안의 천사'로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장진영은 1998년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러나 장진영이 배우로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스크린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난 이후다.
1999년 영화 '자귀모'(이광훈 감독)로 스크린에 데뷔한 장진영은 2000년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을 통해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배우가 됐다. 이후 2001년 첫 주연을 맡은 공포 영화 '소름'(윤종찬 감독)에서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선영 역으로 청룡영화상에서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스크린에서 당대 최고의 여배우로 군림했던 이미연, 전도연, 이영애, 김희선을 꺾은 깜짝 수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장진영은 '소름'으로 청룡영화상은 물론, 스페인 시체스 영화제 여우주연상, 포르투갈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명실공히 충무로 최고의 여배우로 성장한다.
장진영의 대표작으로는 '싱글즈'(권칠인 감독)과 '국화꽃향기'를 빼놓을 수 없다. 29살 미혼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싱글즈'에서 사랑과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디자이너 나난 역을 맡은 장진영은 생기발랄한 캐릭터로 두 번째 청룡영화상을 품에 안는다. 특히 나난 역의 트레이드 마크인 짧은 단발머리는 대한민국에 단발 열풍을 가지고 오기도 했다.
같은 해 개봉한 '국화꽃향기'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진영의 대표작이다. '국화꽃향기'에서 장진영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게 된 시한부 여인 희재를 연기했다. 특히 '국화꽃향기' 속 희재의 삶은 장진영의 마지막 길과도 비슷해 여전히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소름'의 윤종찬 감독과 다시 한 번 재회한 영화 '청연'에서는 국내 최초 여성 비행사를 연기했다. 사람들의 회항 신호에도 홀연히 구름 저 너머로 비행하는 마지막 장면은 장진영을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순간이다.
2007년에는 '로비스트'를 통해 브라운관에 화려하게 복귀하기도 했다. 장진영은 9년 만의 안방 컴백에 화려한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로비스트'는 장진영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암 선고로 투병 생활을 이어가던 장진영은 1년 여의 투병 끝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당시 장진영은 37살이었다.
너무도 짧았던 생, 너무도 갑작스러웠던 이별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은 장진영을 잊지 않고 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사랑받았던 장진영, 그가 남긴 아름다운 향기는 여전히 우리 가슴 속에 남아있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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