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지막 고비다. 동시에 최대 고비다.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조 2위 자리를 지켰다. 승점 14점(4승2무3패)이 돼 오히려 승점 1점차로 추격하던 우즈베키스탄과의 거리를 2점차로 더 벌려놓는데 성공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날 중국에 0-1로 패해 승점 12점(4승5패)로 머물렀다.
그런데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뜻밖의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같은 시각 열린 경기에서 다소 멀어보이던 시리아가 카타르를 꺾은 것이다. 시리아는 이 승리로 승점 12점(3승3무3패)이 돼 우즈베키스탄과 동률을 이뤘다. 더구나 3-1 승리 덕분에 골득실이 '-1'에서 '+1'로 바뀌면서 우즈베키스탄을 4위로 밀어내고 3위로 올라섰다.
▲ 경우의 수 없애려면
한국은 이제 오는 6일 0시(한국시각)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릴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인 우즈베키스탄전만 남겨두고 있다. 이 경기를 이기면 한국은 승점 17점을 확보, 스스로의 힘으로 이란과 함께 월드컵 본선에 합류하게 된다. 우즈베키스탄만 이기면 '경우의 수'를 따질 이유도, 필요도 없다.
▲ 비기면 죽음의 플레이오프
경우의 수는 한국이 승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우선 한국이 우즈베키스탄과 비기면 같은 시각 벌어질 시리아와 이란의 경기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시리아가 이기면 한국은 플레이오프행이 확정된다. 시리아도 한국과 승점 15점으로 같아지지만 골득실에서 시리아가 앞서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과 시리아는 골득실이 '+1'로 같다. 그러나 무승부는 곧 골득실에 변화가 없인 반면 승리는 골득실이 더해진다. 순위는 승점-골득실-다득점 순으로 가린다.
플레이오프는 본선으로 갈 수 있는 그야말로 마지막 기회다. 아시아 최종예선 다른 조 3위와 홈 앤 어웨이 경기를 펼쳐야 한다. 여기서 이기면 이번엔 북중미 4위 국가와 역시 홈 앤 어웨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최소 4경기를 더 치른 후에야 비로소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는 셈이다. 사실상 1패는 탈락이라고 봐야 한다. 그야말로 죽음의 플레이오프다. 플레이오프에 가면 본선에 오를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는 뜻이다.
▲ 패하면 한국 축구 월드컵 역사도 끝
한국이 우즈베키스탄에 패하면 심각해진다. 우즈베키스탄이 본선에 직행하는 모습을 씁쓸하게 지켜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역시 시리아와 이란의 경기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시리아가 패하거나 비기면 플레이오프로 기회를 더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시리아가 이란을 꺾게 되면 한국은 모든 것이 풀거품으로 돌아간다. 시리아가 직행티켓을, 우즈베키스탄이 플레이오프 티켓을 각각 거머쥐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선배들이 그동안 쌓아올린 연속 월드컵 진출 기록도 '8회'에서 멈춰서게 된다.
▲ 실망스런 이란전
한국이 이란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에 가까웠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후반 초반 이란 선수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를 점하고도 득점을 뽑지 못했다. 더구나 단 1개의 유효슈팅도 없었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여기에 신태용 감독의 선수기용도 도마에 올랐다. 이란이 10명이 바뀌었는데도 이렇다할 전술적 변화가 없었다. 공격수의 경우 조기소집한 K리그 선수들은 앉혀두고 급하게 귀국한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물음표를 남겼다.
후반 숫자적 우세를 얻었지만 교체카드 활용은 늦었다. 마치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염두에 둔 것처럼 선수 기용을 아끼는 것 같은 인상까지 들었다. 총력전보다는 오히려 며칠 후 있을 우즈베키스탄전 구상에 더 신경쓰는 것 같았다.
한국 벤치는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에 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바빠지는 모습이었다. 이란을 잡았더라면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인 우즈베키스탄전 결과에 상관없이 이날 바로 본선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때문에 우즈베키스탄전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원정에다가 그 어느 때보다 월드컵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내팬들도 "최종예선도 이렇게 힘겹게 이기는데 본선에 가더라도 망신만 당할 것 같다"며 축구국가대표팀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연 우즈베키스탄전이 본선 티켓이 될 것인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