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의 진가가 드러나자, 팀도 활짝 웃었다. 이대호(35·롯데)가 다시 힘을 내며 팀을 이끌었다. 홈런포가 불을 뿜은 가운데 개인적인 영예도 따라올지 관심사다.
이대호는 뜨거운 8월을 보냈다. 8월 한 달 동안 27경기에서 타율 3할2푼4리, 10홈런, 26타점으로 맹활약했다. 10개의 홈런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 26타점 또한 김하성(넥센·28타점)에 이은 리그 공동 2위였다. 이대호의 8월 OPS(출루율+장타율)는 1.031로 수준급이었다. 이대호가 웃자, 롯데도 웃었다. 롯데는 8월 한 달 동안 19승을 쓸어 담으며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올 시즌 다소 부침이 있었던 이대호였다. 시즌 초반에는 ‘역시 이대호’라는 말이 지배적이었다. 3~4월 26경기에서 타율 4할2푼4리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홈런도 7개였다. ‘150억 원’이라는 상징적인 계약에 부응하는 수치였다. 그러나 그 후로는 타율이 떨어졌다. 6월 25경기에서는 타율 3할4리, 7월 22경기에서는 타율이 2할5푼9리까지 처졌다. 홈런 및 장타도 잘 나오지 않았다. “몸값을 못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8월 들어 맹활약을 펼쳤고, 또 결정적인 순간 빛이 났다. 이대호는 8월 들어 무려 6번이나 결승타를 때렸다. 해결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리그 최고 기록이었다. 홈런도 영양가 만점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대호가 중심에서 단단히 무게를 잡자 롯데 타선도 전반적으로 살아났다. 마운드 호조와 더불어 8월 고공비행을 마무리했다.
개인 성적도 좋았고, 팀 성적도 좋았다. 2011년 8월 이후 첫 월간 최우수선수(MVP) 수상에도 한걸음 다가섰다. 롯데의 리더로 호성적을 이끈 것 또한 플러스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으로 이런 활약이 이어진다면 최정(SK)이나 윌린 로사리오(한화)를 넘어 최고 우타자 명예를 지키는 것도 가능하다. 가을잔치에 참가한다면 금상첨화다.
다만 낙관은 이르다.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다. 마운드에서 최유력후보를 배출하지 못한 가운데, 몇몇 다른 야수들도 MVP를 노리고 있다. 박건우(두산)와 김선빈 김주찬(이상 KIA)은 월간 타율이 4할을 넘었다. 로사리오의 8월도 이대호 못지 않았다. 소속팀 성적에 다소 가린 측면은 있지만 로사리오는 타율 4할9리, 9홈런, 20타점, OPS 1.352라는 엄청난 성적을 냈다. 다만 부상으로 18경기만 뛴 것은 흠이다.
롯데 집안의 경쟁도 있다. 손아섭은 27경기에서 타율 3할6푼8리, 9홈런, 24타점, OPS 1.135로 역시 호성적을 냈다. 다만 수상 여부와는 관계없이 계속해서 뜨거워지는 이대호의 방망이는 기대를 걸 만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