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벽' 이란에게 한국은 '현재'의 경기력 뿐만 아니라 '미래'를 향한 준비에서도 완패했다. 대표팀 개혁을 위한 장기적인 플랜이 절실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서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후반 초반 이란 선수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를 점했지만 끝내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이란전은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처음 가지는 A매치였다. 하지만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대표팀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선수들의 투지는 돋보였지만 경기력은 아쉬웠다. 신태용호는 한 명이 퇴장당한 상대보다 못한 경기력을 보였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이 만든 철벽 수비 앞에 한국은 무기력했다. 이날 한국은 홈 구장서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30일 케이로스 감독은 파주 NFC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서 "신태용호가 비밀리에 준비 중이라 많은 정보를 얻지 못했다"면서도 "한국전서 무실점과 무패행진을 이어가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결국 이날도 한국은 한 골도 넣지 못하며 케이로스 감독 휘하의 이란 상대로 무승(4패 1무, 4연속 0-1 패배 이후 무승부)를 이어가게 됐다.
경기가 끝난 후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은 졸전의 원인을 시간 부족과 잔디에 돌렸다. 신태용 감독은 무기력한 공격의 원인을 시간 부족으로 돌렸다. 신태용 감독은 유럽파가 주축인 공격수들이 29일에 모여 제대로 된 팀 훈련을 하지 못한 것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늦게 합류했지만 유럽파의 개인 기량을 믿고 황희찬과 손흥민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란은 전략적 실험을 택했다. 이란은 주전 선수를 제외하고 젊은 선수들 위주의 선발 명단을 구성했다. 이란은 공수의 핵심인 데자가가 와 호세이니 같은 베테랑을 제외하고 경기를 치렀다. 그럼에도 한국은 이란 앞에 무기력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서 “ A매치를 처음 한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한 명이 퇴장당한 이후 10명이 모여 더 좋은 정신력으로 뛰어난 경기를 보였다고 생각한다"라고 기뻐하기도 했다.
한국와 이란은 이날 경기서 걸린 것이 달랐다. 이날 승리가 절실하지 않던 이란과 달리 한국은 승리했으면 우즈벡과 시리아를 제치고 월드컵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확실한 동기. 필승을 외친 한국과 젊은 선수들 위주의 실험을 택한 이란. 하지만 한국은 다시 한 번 이란 상대로 승리하지 못하며 잔디나 시간 부족 등 변명할 거리를 찾아야만 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서 “내 축구 인생서 이렇게 힘든 경기는 처음이였다. 이렇게 나를 지치게 만드는 경기는 처음이었다”고 겸손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케이로스 감독의 말과 상관없이 냉정하게 말하면 이날 경기는 한국의 완패다. 이란이 한국을 ‘현재’의 경기력에서도 앞서고 ‘미래’를 향한 준비에서도 압도한 경기다. 신태용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서 “이란이 상대 전적서 앞서기에 현재 더 좋은 팀이라고 보지만, 한국과 이란이 서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좋은 경쟁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한 것이 공염불로 들리는 이유이다.
한국(승점 14)은 3위 시리아(골득실 +1)와 4위 우즈벡(이상 승점 12, 골득실 -1)을 따돌리고 2위를 유지했다. 이란전서 이날 한국은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에서도 완패했다.
한국은 내달 1일 우즈벡 원정길에 올라 5일 자정 최종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남은 본선 직행 티켓 1장이 걸린 최후의 일전이다. 단순히 우즈벡전의 승패를 떠나서 한국 축구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제대로 된 장기적인 플랜이 절실하다. /mcadoo@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