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인상을 심어줄 기회를 놓쳤지만, 성적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미 언론도 류현진(30·LA 다저스)이 시즌 끝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자격이 있다고 전망했다.
류현진은 8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원정 경기에서 4이닝 동안 6실점하고 패전을 안았다. 1회부터 홈런 두 방을 맞고 불안하게 출발한 류현진은 공격적으로 달려든 애리조나 타자들에 고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1.54에 불과하던 류현진이 오래간만에 맛본 시련이었다.
류현진은 올 시즌 승률 5할 이상팀(상대 시점)을 상대로 딱 1승을 했다. 그것도 4월 필라델피아전이었다. 때문에 현지 언론에서는 “류현진이 약팀에 강하다. 포스트시즌 선발은 무리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포스트시즌 맞상대로 가능성이 높은 애리조나를 상대로 이런 평가를 깨끗하게 날리길 바랐지만 어쨌든 결과는 좋지 않았다.
현지 언론도 그런 측면에서 이날 결과를 해석하는 분위기다. 미 CBS스포츠는 1일 류현진의 31일 투구 내용을 전하면서 “류현진은 이날 애리조나의 뜨거운 타선을 상대하기 전까지 최근 9경기에서는 마치 에이스다운 피칭을 했다. 평균자책점은 2.13이었고, 9이닝당 탈삼진 개수도 8.7개였다”라면서도 류현진이 포스트시즌 로테이션 진입에 장애물을 만났다고 평가했다.
다만 선발 로테이션 사수는 충분하다고 봤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오는 2일 복귀할 예정이나 자리를 유지할 실적을 쌓았다는 것이다. CBS스포츠는 “정규시즌 끝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만큼 충분히 잘 던졌다”라면서 “류현진은 (로테이션상) 다음주 화요일 애리조나와 리턴매치를 벌인다. 다만 그 때의 등판은 좀 더 투수 친화적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다”고 긍정적인 면을 짚었다.
다저스는 현재 다르빗슈 유, 리치 힐, 알렉스 우드, 류현진, 마에다 겐타가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커쇼가 들어오면 산술적으로 한 명은 빠져야 한다. 아직 자리를 장담할 시기는 아니다. 그러나 오는 9월 14일까지 17연전을 치른다. 사실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굳힌 상황에서 무리할 필요가 없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 또한 이 기간 6인 선발 로테이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로테이션상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오는 5일(한국시간) 홈에서 열리는 애리조나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후로는 팀 사정에 따라 등판이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관리에 들어갈 공산이 큰 점도 있다. 아직 류현진이 능력을 보여줄 시간은 조금 더 남아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