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로스가 만드는 이란의 역사, 한국 생존 본능도 막지 못했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7.08.31 22: 53

한국이 또 다시 이란이 만드는 역사의 조연이 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서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후반 초반 이란 선수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를 점했지만 끝내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승점 14)은 3위 시리아(승점 12, 골득실 +1)와 4위 우즈벡(승점 12, 골득실 -1)을 따돌리고 2위를 유지했다. 한국은 내달 1일 우즈벡 원정길에 올라 5일 자정 최종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한 장 남은 본선 직행 티켓이 걸린 최후의 일전이다.

이날 경기서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했던 황희찬(잘츠부르크)과 손흥민(토트넘)이 선발 출격했다. '여우' 신태용 감독의 연막 작전이었다. 권창훈(디종)과 이재성(전북)이 2선에서 지원 사격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장현수(도쿄)가 중원을 구축했고, 포백라인은 왼쪽부터 김진수, 김민재(이상 전북), 김영권(광저우 헝다), 최철순(전북)이 형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빗셀 고베)가 꼈다.
심리전의 대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이날 경기 전인 3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우리는 이곳에 싸우러 왔다"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전에 놀러온 것이 아니라면서 필승을 외쳤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생존하기 위해 분명히 죽기 살기로 나오겠지만, 우리는 역사를 이어나가기 위해 싸울 것이다"고 선언했다. 이란은 이번 최종 예선서 무패(6승 2무, 승점 20점)와 8경기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다. 케이로스 감독이 만든 이란의 수비는 철벽과도 같았다.
한국 역시 케이로스 감독의 역사의 일부분이었다. 한국은 이날 전까지 케이로스 감독 체제의 이란에게 4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더욱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모두 0-1 패배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2016년 10월 이란 원정에서는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며 경기력에서도 완패했다.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을 이끌고 만드는 역사 앞에 한국은 언제나 패배하는 단역에 불과했다. 이날 한국은 전과 다른 투지 넘치는 모습으로 이란에 맞섰다. 케이로스 감독이 말한 ‘생존’ 본능이 한국을 불타오르게 했다. 이날 한국은 투지 넘치는 모습으로 이란을 몰아 붙였다. 선수들은 몸을 던지며 상대 공격을 막고, 뛰어난 활동량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한국은 후반 6분 상대 중원의 핵심 사에드 에자톨라히가 퇴장하며 더욱 공세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란이 만들어낸 역사는 두터웠다. 한 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이란은 단단했다. 이란의 철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란의 조직력 앞에 한국 공격은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후반 32분 권창훈의 문전 날카로운 프리킥이 골문을 벗어나는 장면은 탄식을 자아냈다. 결국 한국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이날도 한국도 이란의 무패와 무실점 기록을 깨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안방에서 이란 축구사의 조연에 머무른 것이다. 한국까지 넘어서며 케이로스 감독과 이란은 최종예선 무실점과 무패라는 새로운 업적을 눈 앞에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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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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