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현장] "용기 냈다"…문소리, 여배우는 무엇으로 사는가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8.31 17: 50

세계가 인정한 배우 문소리가 용감한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연기 대신 연출이다.
31일 오후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는 문소리의 첫 연출작인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문소리 감독)가 베일을 벗었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여성으로서의 삶과 직업으로서의 배우, 영화에 대한 깊은 사랑을 데뷔 18년차 배우 문소리의 스크린 밖 일상을 통해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은 작품. 문소리는 첫 연출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재기발랄한 스토리와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관객들에게 페이소스 넘치는 웃음을 선사할 전망이다.

특히 ‘여배우는 오늘도’는 배우가 아닌 여배우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문소리의 카메라 밖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현실과 허구를 넘나든다. 맡을 배역이 없어 괴로워하고, 배우와 아내, 그리고 엄마의 균형 사이에서 고민하고, 사람들의 시선에 항상 갇힐 수밖에 없는, 배우 아닌 여배우. 스크린 속 허구의 문소리가 던지는 질문은 문소리의 얼굴을 통해 진짜 문소리가 던지는 진지한 고민으로 치환된다.
이에 대해 문소리는 “이 영화는 픽션이고 다큐멘터리가 아니지만, 100% 진심이기는 하다. 정확하게 이런 사람들과 이런 술자리가 있었고, 시어머니 병원에서 이런 대사를 나눴고, 이런 건 전혀 사실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하지만 유사한 감정이 들었던 일들은 많았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합쳐져서 저한테 이런 얘기를 나오게 만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 어떨 때는 헷갈린다. 제가 남편한테 ‘내가 그런 대사를 한 적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남편이 ‘그런 대사를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런 마음이 든 적은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 웃음을 자아내며 “인생이라는 게, 기억이라는 게 다시 구성되기도 하지 않나.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섞여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란 엄격한 외모의 잣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여배우는 예쁘다’라는 명제가 진실이 되어버린 지금, ‘여배우는 오늘도’ 속에서 ‘예쁘다’는 말에 집착하는 문소리의 모습은 웃음을 주지만, 동시에 씁쓸함을 남긴다.
이 에피소드는 문소리가 배우로 활약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집약해 만들어낸 것. 문소리는 “제가 데뷔할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여배우를 하기에는 지나치게 평범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예쁜 게 뭐지? 여배우는 얼마나 예뻐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지금은 그런 걸 넘어섰지만, 어렸을 때는 그런 말들이 신경 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얼마나 예쁘다, 안 예쁘다 이런 말에 얼마나 휘둘리는지, 많은 사람들이 남의 말에 신경 쓰며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같이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영화 속 메시지를 전했다.
문소리는 ‘여배우로 산다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건 녹록치 않다.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 이야기 나누고, 반 발짝이라도 움직여보는 게 좋은 것 같다”며 “여배우로 살면서 당연히 해야 할 고민이고, 행동들이라고 생각한다. 고민하고 있고, 움직이고 있다. 개봉까지 용기 낸 것도 그 일환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풍자로 충무로에 유쾌한 한방을 날린다. 조폭 영화 일색이라 여배우들의 설 곳이 없어진 충무로에 문소리의 용기인 ‘여배우는 오늘도’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오늘도 달리고, 오늘도 고민하고, 오늘도 울고, 오늘도 용기를 내는 수많은 ‘여(女)배우들’의 삶. 끊임없이 웃음이 터지는 유쾌한 반전, 곱씹게 되는 맛깔스러운 대사로 완성된 ‘여배우는 오늘도’는 현실과 허구, 그 어디 사이의 문소리, 그리고 충무로 속 수많은 문소리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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