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이닝은 흔히 1회와 5회라고 한다. 1회는 아직 경기감각이 완벽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상위타선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
류현진(30·LA 다저스)이 그 1회를 넘기지 못했다. 류현진은 31일(이하 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시즌 6승에 도전했으나 오히려 패전 위기에 몰렸다. 1회에만 홈런 두 방을 얻어맞는 등 3실점하는 등 4이닝 동안 6실점했다.
전체적으로 구속이 나오지 않는 등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보였다. 가뜩이나 좌완에 강한 타자들이 적지 않은 애리조나로서도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골드슈미트는 홈런을 쳤고, 마르티네스도 적시타를 보탰다. 결국 류현진은 80개의 공을 던지며 8피안타(3피홈런) 3볼넷 2탈삼진 6실점한 뒤 5회 타석에서 교체됐다. 3.34까지 낮췄던 시즌 평균자책점은 3.71로 다시 올라갔다.
출발이 좋지 않았다. 3연패에 빠진 팀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기선제압이 필요했는데 오히려 당했다. 1사 후 로살레스에게 중월 솔로포를 맞았다. 커브가 정직하게 가운데 몰렸다. 이어 폴락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골드슈미트에게 좌중월 2점 홈런을 허용했다. 이 홈런 두 방이 사실상 이날 투구 내용을 상당 부분 좌우했다.
류현진은 상대적으로 경기 초반이 좋지 않은 선수다. 올해 1회 평균자책점은 4.26으로 2회(3.79), 3회(1.89)에 비해 떨어진다. 경기 초반이라고 볼 수 있는 1~3회 성적 중 유독 1회가 좋지 않은 것이다. 이날 3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은 더 치솟았고, 올해 1회에만 5개의 홈런을 허용하는 등 피장타율도 그다지 좋지 않다. 18개의 전체 홈런 중 5개라면 비중(28%)이라면 적지 않다.
역대 성적을 봐도 류현진은 1회 77이닝 동안 41점을 내줬다. 이닝별로 봤을 때 가장 많은 실점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1회 평균자책점은 4.62이었다. 이는 1~7회 이닝별 평균자책점을 봤을 때 단연 가장 높은 수치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무대에서는 에이스급 투수들이 나서고 불펜 자원들 또한 총동원된다. 결국 선취점에 대한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올 시즌 류현진이 점수를 먼저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은 포스트시즌 선발진 합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여러모로 아쉬운 한 판이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