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한국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을 벌인다. 이후 우즈벡 원정길에 올라 5일 자정 최종전을 치른다. 운명의 2연전이다. 한국은 3위 우즈벡에 승점 1 앞선 2위다. 이란은 이미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한국과 우즈벡이 남은 직행 티켓 1장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다.
이란과 케이로스 감독은 여유롭다. 최종예선 8경기서 무실점하며 6승 2무(승점 20)로 일찌감치 러시아행을 확정지었다. 남은 한국전과 시리아전을 평가전의 기분으로 치를 수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결전을 하루 앞두고 파주 NFC서 열린 사전 기자회견서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았다. 때로는 여우 같은 발언으로 취재진의 민감한 질문에도 능구렁이처럼 넘어갔다.
케이로스 감독은 '라이벌' 한국에 질 경우도 대비해 놓은 듯했다. 그는 "한국이 좋은 팀인 건 분명하다. 한국전은 항상 좋은 경험이 되고 이란이 발전하고 배울 수 있는 경기다. 이런 좋은 팀과 경기해야 발전할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항상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는 팀이라 매우 영광스럽다"고 한국을 띄웠다. 이어 "한국은 좋은 선수를 보유한 훌륭한 팀이라 매우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며 만약의 참사를 대비했다.
한국과 우즈벡 중 러시아에 함께 가고 싶은 팀을 꼽자 "양 팀 모두를 존중하고 행운을 빈다"며 "더 잘하는 팀이 이란과 함께 월드컵에 갈 것"이라며 여유로운 답을 내놨다. 한국과 이란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한국의 구체적인 장단점은 경기 후 말하겠다"며 능구렁이처럼 즉답을 피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국내 취재진의 날카로운 질문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한국전은 그저 축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금 더 여유롭게 기자회견을 했으면 좋겠다"며 얄밉기까지 한 여유를 보였다.
케이로스 감독은 심리전의 달인답게 한국 땅을 밟은 뒤 지속적으로 '밀당'을 하고 있다. 훈련 구장의 잔디 상태에 불만을 토로했다가도 다음 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발언을 하며 한국전을 여유롭게 준비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케이로스 감독의 장외 설전에 대해 "케이로스 감독이 갖고 있는 역량을 모두 발휘하고 있다. 전략가이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dolyng@osen.co.kr
[사진] 파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