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이상해'는 배우로서의 이준의 가치를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확인시킨 작품이다. 가족사를 둘러싼 갈등에서 고민하는 감정 연기부터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랑에 빠진 멜로까지, '아버지가 이상해'는 이준의 깊고 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이제는 '연기돌'이라는 이름보다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이준. 매 작품마다 '인생캐'를 경신하는 이준인 만큼 하나씩 필모그래피를 쌓아갈 때마다 '이준의 재발견'이라는 말도 함께 따라온다.
'재발견'이라는 말에 대해 이준은 "매년 재발견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그게 전혀 나쁘다고 생각 안 한다. '연기돌'이라는 말도 저는 기분 좋다"며 "아이돌 출신으로 성공한 연기돌이라는 말을 듣는 게 개인적으로는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매 작품마다 '재발견'되는 것이 행복하다는 이준은 "이제 성공한 연기돌에 제 이름이 없으면 섭섭하기도 하다"고 껄껄 웃었다.
정소민과의 러브라인이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에 대해 이준은 "저도 놀랍다. 팬들이 예전부터 이런 멜로를 하라고 했는데 제가 제 얼굴로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아서 저도 놀랐다"며 "제가 잘 생긴 얼굴은 아니지 않나. 저는 스릴러형 얼굴이다. 저도 사람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빛이 어떤건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준이 출연한 '아버지가 이상해'는 최고시청률 33%를 돌파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올 한 해를 빛낸 KBS 드라마로 꼽히는 만큼 연말 연기대상에서도 선전이 기대된다. 그러나 이준은 아쉽게 연말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한다. 10월 24일로 예정된 군 입대 때문이다.
이준은 "연말 시상식은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또 제가 그런 자리에 울렁증이 있다"며 "군대 가는 게 잘됐다고 생각했다. 덜덜 떨고 멘탈이 붕괴되면서 앉아있는 것도 힘들더라.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항상 시상식 갈 때마다 '내가 뭘 잘했다고'라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못 가는 게)더 잘 됐다고 생각한다. 나가서 앉아 있는 게 더 가시방석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출연 안하지만 판넬 같은 걸 하나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유리 누나가 객석에 앉아 있는 모습, 서 있는 모습 하나씩 해 주시겠다고 하더라"며 "TV로 볼 수 있으니까 더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제대 이후에는 제대로 된 사이코패스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이준. 이준은 "예전에 하면서 시원하게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아쉬움은 매 작품마다 들지만, 그런 것들을 제대로 깊게 표현해 내고 싶다"며 "실제로 그런 것들은 정말 안 좋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분명히 흥미로운 소재라고 생각한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와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점의 자리에서 현역 군 입대로 2년 간의 공백을 두게 된 이준은 "군대에 대한 부담이 없다. 그냥 가면 가는 거지 싶었다"며 "친구들이 군대 가면 힘들 거라고 하는데, 한국 사람들이 누구나 경험을 하는 건데 내가 더 힘들고 네가 더 힘들고 그런 게 있나 싶다. 다만 나이가 차서 가는 게 약간 같이 생활할 내무반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제가 더 어떻게 살갑게 다가갈 수 있을까 그런 게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공백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2년도 되지 않는 시간 아닌가"라는 이준은 "예전에는 미래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제가 만약에 활동을 못하면 다른 일을 알아보면 되는 거고 그냥 쿨하게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 저는 아직 어리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물론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갔다 왔는데 안 불러 주시면 제 재능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다들 가는 거니까 걱정은 없다"고 쿨한 입대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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