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희진이 다시 빛을 보고 있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강남 부심이 강한 파워 블로거 김효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주목받은 이희진은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여기저기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부분 드라마에서 주인공만 화제가 되는데 이 드라마는 달랐다. 주인공 김희선, 김선아를 비롯해 조연들도 시청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물며 이 드라마는 메이드들까지도 돋보이게 하며 주목받기도.
이희진도 마찬가지였다. 이희진이 맡은 김효주는 강남 엄마 부심으로 가득 찬 것은 물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럭셔리 라이프를 공개하고 연하의 내연남을 남편의 레지던스에서 만나는 것이 삶의 전부인 여자다.
이희진은 허영심이 가득하면서 외로움 많고 감정적인 김효주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호평받았다.
사실 이희진은 그간 꾸준히 드라마에 출연, 2013년에는 한 해 동안 무려 다섯 개 정도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2011년 드라마 ‘최고의 사랑’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품위있는 그녀’로 이희진의 역량을 확인시켜주며 배우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줬다.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 특별히 한 배우 때문에 ‘품위있는 그녀’가 주목받은 게 아니라 백미경 작가님과 김윤철 감독님, 뭐니 뭐니 해도 김희선, 김선아, 김용건 선생님이 중심을 잘 잡아줬고 세 분의 시너지 효과가 가장 컸던 것 같다. 때문에 조연들도 이런 영광의 대접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생각지 못한 상황이라 기분 좋다.
백미경 작가님이 대본 리딩 할 때 당신께서 쓴 글이 모든 분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회차가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모두 힘을 내서 용기 내서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얼마나 부각이 될까 생각했다. 얼마만큼의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 했는데 단 한 분도 주인공이 안 된 적이 없다.
풍숙정 메이드들도 중요한 단어를 한 번씩은 꼭 했다. 작가님이 그렇게 쓰기 힘들었을 텐데 약속을 지켜준 것도 감사하고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잘 살려줘서 감사하다. 다른 배우들도 ‘품위있는 그녀’를 보면서 꼭 백미경 작가님의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을 것 같다.
-‘품위있는 그녀’ 대본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 ‘품위있는 그녀’ 대본을 읽고 이게 드라마로 가능하냐는 생각이 들었다. 100% 아니면 50% 정도의 살이 붙었겠지라고 생각했다. 대부분 작가님이 상류층에 관해 쓰더라도 어느 정도 선까지만 그려 답답한 면이 있었는데 백미경 작가님은 간지러운 곳을 다 긁어줬다. 그러면서 품격 있게 만들어줬다.
-강남 부심 가득한 김효주 캐릭터를 맡았는데?
▲ 내가 센 그룹에서 센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두려움이 있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그런데 연기를 못하면 큰일 나겠구나 생각했다. 효주라는 캐릭터가 묘했다. 시놉시스에는 얼굴이 못생겼으나 뼛속까지 강남스타일이고 파워 블로거에 깍쟁이라고 했다. 태생인지, 부심만 있는 건지 궁금증이 생겼고 엄마와 아내 역할을 해야 하는데 될 수 있으면 파격적인 커리어우먼처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윤철 감독님이 내가 걸크러시 그룹이었긴 하지만 과연 드센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용기를 주더라. 그러면서 아이 엄마라는 캐릭터가 괜찮겠냐고 했다. 내 나이의 캐릭터라 괜찮다고 했고 나와 정반대인 성격의 효주 캐릭터가 나한테 배우로서 돌파구를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간 배우 활동하면서 김효주라는 새로운 캐릭터는 무서웠다. 센 이미지에서 더 강한 걸 하면 40세를 맞이하는 나로서는 위험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넘어야 할 산을 넘으며 단점을 드러내자고 생각했다.
-김효주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은?
▲ 솔직히 효주가 임팩트가 없었다. 나는 모든 것이 다 오픈된 상태였다. 그런데 여자의 연약한 면을 보여준 게 효주 캐릭터를 반전으로 만들어준 것 같다. 극 말미 레지던스 직원에게 ‘너 내 남자 해줘’라고 한 대사가 나에게는 화려하면서 알몸처럼 속내를 보여준 한방이었다.
내 캐릭터는 화려함 뒤에 공허함이 있었다. 솔직히 촬영하면서 외로웠다. 다른 캐릭터들은 남편과 싸우고 맞기라도 하는데 나는 남편이 말도 안 걸어줬다. 유일하게 교감할 수 있었던 사람이 남자친구였는데 그런 사람한테 외면당하니까 외로워지더라. 연애 세포가 죽어있었고 감정에 마비가 됐었던 상태였는데 이번 연기가 그걸 긁어준 것 같다. 내가 그런 느낌을 받을 줄 몰랐다.
-사전제작 드라마 참여는 처음이었는데?
▲ 생각해보면 사전제작이라 준비성이 적었다. 감독님이 한 신을 2~3시간 촬영했다. 대사 한 줄, 한 마디, 한 소절 계속 바꿔서 연기했다. 처음에는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과정을 겪으면서 감독님과 소통이 가능해졌다. 감정이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걸 연기하면서 이 작품이 감정이 메말라 있던 날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39세를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kangsj@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