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이아이피’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핸디캡을 극복하고 올 여름 마지막 흥행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브이아이피’는 6일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수성하며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이후 영화의 잔인성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브이아이피’는 ‘프리즌’ 이후 하반기 첫 청불영화 흥행작에 등극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영화 ‘신세계’로 느와르 장르에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박훈정 감독의 새로운 시도가 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작 ‘신세계’에서 최민식, 이정재, 황정민이 그리는 남자들의 뜨거움을 그린 박훈정 감독은 이번 신작 ‘브이아이피’에서는 조폭 없는 느와르라는 신선한 시도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브이아이피’에는 느와르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폭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냉정하고 이지적인 국정원 요원과 뜨거움을 가진 경찰이 등장한다. 이를 연기하는 장동건과 김명민은 영화 내내 명확하게 대비되는 색깔을 보여주며 묘한 케미스트리를 발산한다. 여기에 북에서 온 VIP라는 신선한 캐릭터의 이종석과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가진 박희순까지 더해져 네 배우들의 각기 다른 매력들이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들 중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든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인물은 단연 이종석이다. 희대의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고는 믿기 힘든 외모를 가진 이종석은 시종일관 비열한 웃음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영화에서 특히 돋보이는 그의 흰 피부와 여리한 외모는 극의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먼 이질적인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는 ‘브이아이피’만의 강점일 수도 있다. 악역 이종석은 여타 느와르와는 다른 ‘브이아이피’만이 가진 차별점이다. 이미지와 캐릭터간의 부조화는 캐릭터의 매력을 끌어올렸다. 이 작품에서 생애 첫 악역을 맡은 이종석은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캐릭터에 얹어 색다른 악역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영화의 잔인성과 폭력성은 개인의 주관이기 때문에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브이아이피’의 새로운 느와르에 대한 시도는 충분히 관객들의 눈길을 끌만 하다. /mk3244@osen.co.kr
[사진] ‘브이아이피’ 포스터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