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지난 28일 휴식일에 주전 유격수 하주석(23)을 1군 엔트리에서 전격 제외했다. 지난 15일 허벅지 부상에서 돌아온 뒤 2주 만에 엔트리 말소. 부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최근 타격 부진과 함께 하주석 본인에게 더 큰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타격 부진이다. 하주석은 부상 복귀 후 10경기에서 34타수 4안타 타율 1할1푼8리 무홈런 4타점 5득점 3볼넷 7삼진으로 좋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일 대전 롯데전부터 27일 문학 SK전까지 6경기에서 17타수 연속 무안타에 그쳤다. 3할을 넘던 시즌 타율도 어느새 2할8푼6리로 떨어졌다.
하지만 한화가 하주석을 2군으로 내린 건 타격 부진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부차적인 이유다. 한 관계자는 "하주석의 엔트리 제외는 단순히 컨디션 난조 문제만은 아니다. 이상군 감독대행이 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많이 봤다"며 지난 27일 SK전 하주석의 행동이 문제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하주석은 4회 SK 박종훈의 공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분에 못 이겨 방망이를 땅에 내리쳤다. 이 과정에서 미끄러지며 넘어질 뻔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5월26일 마산 NC전에도 9회 헛스윙 삼진으로 패한 경기의 마지막 타자가 되자 배트를 거칠게 내동댕이치며 분풀이를 하기도 했다.
한화 관계자는 "지난번 마산에서도 그랬고, 가끔 그런 모습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이상군 감독님께선 좋지 않게 봤다"며 "하주석은 우리 팀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선수다. 하주석 정도되는 선수라면 (흥분하지 않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그런 결정을 하신 듯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한화는 주전 선수들의 대부분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빠지며 사실상 2군 라인업이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중심을 잡아줘야 할 상황이었는데 스스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며 흔들렸다.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이상군 감독대행 생각이다.
하주석은 한화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선수단의 리더가 돼야 한다. 28일 발표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예비 엔트리 42명 중 유일한 한화 선수인 것에서 나타나듯 하주석은 한화가 내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미래 가치. 작은 시련은 더 큰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부상자 속출로 전력을 꾸리기 힘든 한화이지만 과감하게 하주석을 엔트리에서 뺐다. 가을야구 가능성이 낮아지긴 했지만 쉽지 않은 결정. 이상군 감독대행도 당장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미래를 보고 결단을 내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