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이란 대표팀이 한층 누그러진 모습으로 한국전 대비 훈련을 펼쳤다.
이란 대표팀이 28일 경기도 파주 스타디움에서 한국전을 앞둔 훈련을 실시했다. 전 날 몽니를 부렸던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취재진과 만났다. 이란 대표팀 관계자는 인터뷰를 요청하자 일단 거부했다. 이미 입국할 때와 전 날 인터뷰를 실시하며 모든 이야기를 했다는 것.
'여우'인 케이로스 감독은 27일 열린 훈련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인천 아시아드 보조구장에서 훈련을 펼쳤던 케이로스 감독은 훈련에 앞서 국내 취재진의 훈련장 상태에 대한 질문에 "내가 답하기 전에 취재진에게 물어보고 싶다"면서 "지금까지 이란은 한국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동등한 상태에서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훈련장은 최상의 상태가 아니다. 한국 축구 팬들이 부끄러워 해야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국이 지난 경기 결과 때문에 우리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는 나쁜 감정이 없다. 그저 최고의 경기를 하면서 월드컵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중부지방에 호우주의보가 내린 가운데 이란은 오후 6시에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란 대표팀은 일단 기다렸다. 거칠게 내리는 비 때문에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14명의 선수가 훈련장에 방문한 상황이고 유럽에서 뛰는 주력 선수들이 합류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약 20여분간 대기하던 이란 대표팀은 갑작스럽게 케이로스 감독의 인터뷰를 주선했다. 전 날 훈련장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던 케이로스 감독은 오히려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했다.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궃은 날씨라며 훈련 상황을 걱정하기도 했다. 또 취재진의 질문에 10여분이 넘는 시간 동안 대답을 내놓았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제 한국에 온 것 같다. 감사하다"고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이란은 일부 선수들이 먼저 입국해서 14명만 이날 훈련에 임했다. 케이로스는 "어느 나라나 그렇듯 해외에서 많은 선수가 뛰면 한 번에 모이기가 힘들다. 어쩔 수 없으니 최선을 다하겠다. 이것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이니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케이로스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란 대표팀은 훈련을 시작했다. 6시에 정확하게 훈련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취재진과 일반인에게 공개할 15분도 뒤로 연기됐다. 이란 대표팀 관계자도 훈련을 지켜보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다만 선수단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막았다. 훈련을 펼친 파주 스타디움에 육상 트랙이 깔려 있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란 관계자는 취재진이 머물 수 있는 지역을 명확하게 말해줬고 그 외에는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이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서 6승 2무 승점 20점으로 이미 월드컵 출전 티켓을 확보했다. 하지만 케이로스 감독은 전 날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