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원작의 스토리가 배우들의 호연을 만나 스크린에서 빛을 발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를 그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영화로 만들 것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소설의 큰 틀은 유지하되 캐릭터에서 큰 변주를 주었다. 변화된 캐릭터는 배우들의 연기를 만나 더욱 큰 힘을 받는다.
설경구가 연기하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 병수는 그가 살인을 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더해지며 캐릭터의 설득력을 높인다. 여기에는 설경구의 폭발적인 연기력이 큰 힘을 차지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 연기를 위해 손의 살까지 빼는 혹독한 체중 감량까지 해낸 설경구는 형형한 눈빛으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설경구는 “알츠하이머를 경험해볼 수도 없고 체험기를 들을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상상력으로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간 것 같다. 숙제였고 큰 산이었다”며 “오늘 처음 영화를 봤는데 영화를 잘 못보고 저만 본 것 같다. 늘 작품마다 느끼는 감정인데 더 잘할 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의문의 남자 태주를 연기한 김남길 역시 특유의 분위기와 눈빛으로 원작에서는 모호했던 태주의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완성시켰다. 원작에서 병수의 시점으로만 그려졌던 태주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재탄생되어 병수와 긴장감 넘치는 스릴을 만들어낸다.
김남길은 태주라는 캐릭터에 대해 “소설에서 큰 틀만 가져오고 많은 것들을 첨가해서 만들어진 인물이라 고민이 많았다”며 “외형적인 고민도 많았다. 경구 형과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주신 게 저는 날카로운 느낌을 살을 빼서 나타냈으면 했는데 감독님은 오히려 살을 찌우고 거기서 오는 서늘함이 좋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주셔서 살을 찌웠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매력적인 스토리를 스크린으로 옮겨와 원작과는 또 다른 서스펜스를 만들어낸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이 관객들에게도 웰메이드 스릴러로 기억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는 9월 7일 개봉. /mk3244@osen.co.kr
[사진] 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