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견·재정비·재확인’ 롯데, 연승 중단에도 확인한 소득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8.28 06: 47

언젠가 깨질 것이라던 연승이 결국 깨졌다. 그러나 롯데 자이언츠에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파죽지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던 한 주의 마무리였다.
롯데는 지난 27일 사직 넥센전 8-9로 석패를 당했다. 무적의 거인 군단이 되는 듯 했지만 결국 7연승과 홈 11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동안 롯데를 지탱해 오던 선발 야구가 무너지면서(선발 린드블럼 5⅔이닝 9실점) 어쩔 수 없이 경기 흐름을 내비쳤지만 결국 끝까지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현재 롯데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하는 경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한 주, 연승을 거두고, 연승이 끊긴 과정에서도 현재의 롯데 야구를 한 번 되짚어보고 곱씹어 보는 내용들이 몇몇 있었다.
먼저 롯데는 박헌도라는 선수를 재발견했다. 2015시즌이 끝나고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에서 롯데로 팀을 옮긴 박헌도였다. 주전 좌익수 경쟁에 불을 지펴주길 원했던 롯데의 픽이었고, 경기 후반 마땅한 대타 자원이 없었던 롯데 입장에서는 박헌도가 그 역할도 해주기를 바랐다. 지난해와 올 시즌 초중반까지는 박헌도는 기대보다는 실망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8월 롯데의 상승세와 맞물리는 시기, 박헌도는 주축 선수들 못지않은 공헌도를 보였다.

박헌도는 지난 17일 고척 넥센전 대타 동점 솔로포를 터뜨리며 팀의 대역전극 발판을 놓았다. 그리고 지난 주 6경기 모두 선발 출장하면서 김문호를 밀어내기 주전 좌익수 자리를 꿰찼다. 특히 6연승이 끊긴 27일 넥센전 멀티 홈런 포함해 3안타 경기를 펼치며 물 오른 감각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최근 5경기 15타수 7안타 2홈런 4타점의 맹타다. 김문호의 감각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강민호도 타격 슬럼프에 빠진 상황에서 박헌도가 최준석-이대호의 뒤를 잇는 중심타자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박헌도의 가치를 거의 2년 만에 재발견하고 있는 시기다.
그리고 롯데는 최근 6연승 과정에서 3번의 대승이 포함됐다. KIA와의 주중 첫 2연전에서는 불펜들이 조금은 지친 기색을 엿보이면서 5점 이상의 점수 차에서 추격을 허용했고 마무리 손승락까지 호출해야 했다. 주중 첫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지만 어느 정도 내상은 입었던 상황. 하지만 이후 LG, 넥센과의 홈 4연전을 통해서 롯데는 지쳐있는 불펜을 모두 아낄 수 있었다. 특히 LG와의 2경기 11-0과 8-2 대승을 거뒀고 넥센 첫 경기도 6-1로 승리를 거두며 마무리 손승락이 등판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주 마지막 경기도 패했기에 손승락이 나올 상황은 결국 만들어지지 않았다.
후반기 롯데가 접전 승부를 연달아 펼치며 마무리 손승락은 마운드에 언제나 등판해야 하는 ‘애니콜’이었다. 후반기 35경기 중 20경기를 나섰고, 8월로 범위를 좁힐 경우 24경기 중 13경기를 나섰다. 후반기 들어서 이틀 휴식 이후 등판이 최대였던 손승락은 4일을 쉬었고 휴식일인 28일까지 포함해 총 5일이라는 휴식 기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지쳐가던 손승락에게 꿀맛같은 휴식을 줬다. 또한 연승 과정에서 대승이 포함되어 있으면서 롯데는 박진형과 조정훈, 배장호, 이명우 등의 등판 간격도 조절하며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불펜 재정비의 시간을 갖게 됐다. 장시환, 김유영, 진명호 등의 쓰임새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시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롯데는 지난 주 경기들을 통해 ‘방심 하면 안 되는 팀’, ‘쉽게 패하지 않는 팀’이라는 인식을 다시 한 번 상대에게 심어줬다. 팀이 단단하다는 느낌을 심어주는 것만큼 상대에 위협적인 것은 없다. 한 순간에 흐름을 뒤집는 역량을 갖춘 팀이 됐고, 그 흐름을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선수단 전체에 믿음이 형성됐다. 선수단 내부에서도 ‘절대 쉽게지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공유되고 있다.
지금 이 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쉽게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롯데가 강해졌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됐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닐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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