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은 '베테랑'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지만 응답은 없었다. 해결사 역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승부처에서 3번타자를 거르고 4번타자와 승부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LG는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전을 4-5로 분패했다. 최근 2연패의 흐름을 끊기 위해 마운드와 타선 모두 분전했지만 단 한 끗 차이로 고개를 숙였다.
LG의 올 시즌 구상에서 4번타순은 루이스 히메네스의 몫이었다. 그러나 시즌 초, 히메네스의 부진이 길어졌고 기회는 양석환에게 돌아갔다. 양석환은 5월 31일 잠실 넥센전부터 8월 22일 잠실 NC전까지 팀이 치른 59경기 중 57경기에서 4번타자 역할을 맡았다. 성적은 타율 2할6푼5리, 8홈런, 50타점으로 썩 좋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성장하고 있는 선수에 대한 믿음을 보냈다.
그러나 부진이 이어지자 칼을 꺼내들 수밖에 없다. LG는 23일 잠실 NC전에 앞서 양석환을 1군 말소했다. 당시 양 감독은 "아무래도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하며 체력 문제가 있다. 거기에 집중 견제로 약점도 노출됐다.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단 사흘 만에 로니마저 1군을 떠난 상황이다. 주로 3번타순에 나섰던 로니가 사라지며 중심타선의 무게감마저 떨어졌다. 거기에 '리드오프'로 재미를 봤던 박용택도 다시 3번타순으로 이동했다. 이제 최소 일주일 정도는 양석환과 로니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양상문 감독은 "있는 선수들로 해야지 어쩌겠나"라고 말한 뒤 "베테랑들을 믿는다"라고 밝혔다.
양석환의 말소 직후 4번 타순은 이형종에게 돌아갔다. 이형종은 첫 경기인 23일 NC전서 5타수 2안타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튿날 사직 롯데전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자 양 감독이 칼을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베테랑 정성훈이 기회를 받았다. 정성훈은 25일 사직 롯데전서 4타수 1안타에 그쳤다. 이어 26일 잠실 두산전서는 4타수 무안타.
특히 기회가 번번이 정성훈 앞에 놓였다는 점이 뼈아팠다. LG는 1회 아웃카운트 하나도 빼앗기지 않은 채 세 타자 연속 안타로 한 점을 냈다. 이어진 무사 1·2루, 정성훈에게 기회가 갔다. 그러나 정성훈은 유격수 땅볼로 1루주자를 지웠다. 결국 LG는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1-2로 뒤진 3회도 마찬가지. LG는 1사 1·2루 기회를 만들었지만 정성훈이 또다시 유격수 땅볼로 선행주자를 잡아냈다. 비록 2사 1·3루에서 채은성이 우중간 2루타로 3루주자를 불러들이며 동점을 만들었지만 아쉬움이 남을 상황이었다.
결국 두산 벤치는 고의4구로 4번타자를 선택하는 작전까지 택했다. 2-2로 맞선 4회 2사 2·3루, 타석에 박용택이 들어섰다. 그러나 유희관의 공 4개가 연이어 한참 빠졌다. 포수가 일어서지 않았다뿐 사실상 고의4구였다. 4번타자와 승부하겠다는, 야구계 통념과 엇나간 장면이 나온 셈이었다. 그리고 정성훈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두산 벤치의 선택이 옳았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정성훈은 한 점 차로 뒤진 9회 1사 1루서 안타를 때려내며 찬스를 이었다. 하지만 점수로 연결되지는 않으며 끝내 고개를 떨궈야 했다. 정성훈을 제외하고도 중심타선의 해결능력 부재가 아쉬운 대목이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