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새로운 외국인 야수로 앤디 번즈(27)를 데려왔을 때 모든 이들은 의문을 품었다.
공격력에 대한 보장이 어느 정도 있어야만 외국인 선수로서 가치를 가지는 KBO리그 추세에서 마이너리그 통산 OPS(출루율+장타율) 0.742의 외국인 타자가 얼마나 팀에 보탬이 되겠느냐는 것이 의문의 주요 포인트였다. 그러나 롯데가 번즈를 데려온 확실한 목적이 있었다. 공격보다는 내야 수비 강화였다.
지난해 롯데가 내야진, 특히 2루수 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내야가 주 포지션인 외국인 선수가 물색했다. 조원우 감독과 구단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했다. 앞선 2년 간 중견수 외국인 선수(짐 아두치, 저스틴 맥스웰)가 합류했지만 전준우의 복귀로 중견수 고민은 해결됐다는 판단이기도 했다. 결국 스프링캠프에서 내야 다른 포지션을 테스트했지만, 팀에 가장 절실했던 2루수 자리를 번즈에게 맡기기로 했다. 번즈 스스로도 가장 자신 있는 포지션이기도 했다.
이제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든 상황. 과연 롯데의 외국인 선수 선택은 옳았을까. 일단 공격적인 부분에서의 아쉬움은 차치하고 수비적인 부분만 놓고 보자면, 롯데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 번즈는 2루 자리를 튼실하게 채워주면서 롯데 내야를 ‘통곡의 벽’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덩달아 투수진 역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조원우 감독은 현재 투수진의 활약에는 수비진의 힘도 숨어있다고 평가했다. 조 감독은 “투수진들이 자신들의 공을 던질 수 있는 데에는 내야 수비가 탄탄해진 것도 있을 수 있다. 변수가 사라지니 공을 마음껏 던질 수 있다. 특히 번즈가 2루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번즈의 수비 범위는 굉장히 넓다. 1-2루간의 내야 땅볼 타구는 물론 중견수와 우익수 앞까지도 타구도 쫓아가는 범위를 보여준 바 있다. 때로는 의욕 과다로 외야수들과 콜플레이에서 미숙한 점을 보이기도 했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시행착오는 줄었다. 또한 절묘한 수비 시프트를 통해 내야를 빠져나갈 법한 타구들을 잡아내기도 한다. 707⅓이닝을 소화하며 단 7개의 실책만 범했다.
송구와 풋워크, 순간적인 판단력 등 내야수로서 갖춰야 할 대부분의 능력들이 정상급이라는 평가다. 특히 타구를 잡은 뒤 송구까지 연결하는 동작이 빠른 편에 속한다.
번즈가 내야진에 존재감을 보인 뒤, 투수들 역시 보다 편안하게 투구를 펼치고 있다. 박세웅은 “아무래도 어려운 타구들이 처리가 되면 투수 입장에선 보다 편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땅볼/뜬공 아웃 비율이 1.13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롯데 투수진 입장에서는 번즈가 뒤에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여기에 국내 내야수들에게도 번즈는 새로운 본보기가 되고 있다. 내야수 황진수는 “번즈가 타구를 잡고 공을 빼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 그리고 글러브질을 정말 잘한다. 보통은 바운드를 맞추며 타구를 잡으려고 하지만, 번즈는 바운드를 맞춰 타구를 잡지 않고, 타구의 방향과 흐름에 자신을 맞추면서 타구를 잡는다고 하더라. 수비에서 정말 배울 부분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번즈가 오면서 롯데의 내야 센터 라인도 안정감을 찾았다. 야구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2015년 42.4%, 2016년 41.6%였던 병살 처리율이 올해는 45.4%까지 상승했다. 내야 강화를 이끌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견고한 수비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번즈는 최근 5경기 연속 안타, 3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기록하는 등 공격력도 반등하고 있다. 공격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이 많은 것은 사실. 하지만 롯데가 현재 상승 무드를 타고 있고, 투수진이 분발하고 있는 이유에는 내야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번즈의 존재가 분명히 포함되어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