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7승 3패’ 가을을 향하는, 롯데의 ‘철퇴볼’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8.27 05: 51

‘우주의 기운’이 롯데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거인 군단’ 롯데가 가을을 향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펼치고 있다.
투수와 수비진에서 무조건 막아내면서 버티고, 이후 타선에서 응집력으로 반드시 해결하는 경기 내용들이 연달아 만들어지고 있다. 잔뜩 웅크리면서 기회를 엿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철퇴와 같은 야구가 롯데의 후반기 팀 컬러다. 롯데는 이렇게 가을로 향하고 있고, 상대를 공포심에 떨게 만들고 있다.
롯데는 지난 26일 사직 넥센전 6-1로 완승을 거두면서 파죽의 6연승, 그리고 홈 10연승 행진을 달렸다. 8월 들어서 5연승이 두 번 있었지만, 모두 6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러나 3번째 도전 만에 롯데는 기어코 6연승을 달성했다. 최근 20경기 17승3패의 대약진이다.

롯데의 후반기 야구는 간단하면서도 파급력이 있다. 투수진의 힘으로 지켜내고, 타선이 승부처 상황에서 해결하는 공식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
브룩스 레일리-조쉬 린드블럼-박세웅-송승준-김원중의 선발 로테이션이 꾸준히 역할을 해내며 마운드를 탄탄하게 하고 있다. 최근 선발 투수진들이 7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펼치는 등 8월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3.79를 기록 중이다. 20경기 기준으로 따지면 평균자책점은 3.98로 내려간다. 선발 투수들의 호투를 헛되이 되지 않도록 불펜 투수들도 분전 중이다. 20경기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4.75로 다소 높지만, 마무리 손승락은 이 기간 무려 12경기 등판해 10세이브를 따냈다. 배장호(9경기), 박진형(12경기), 조정훈(8경기), 이명우(11경기) 등의 필승조들도 팀의 접전 상황들을 무사히 지켜냈다.
또한 야수진 역시 탄탄한 수비로 투수들에게 방어막을 제공하고 있다. 20경기 동안 8개의 실책만 범하면서 최소 실책 2위(1위 한화 4개)에 올라 있다. 절대적인 수비력을 평가하기 힘든 수치지만 수비율 역시 0.992로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조원우 감독 역시 “투수들이 물론 잘해주고 있지만 내야 수비에서 어이없는 수비와 실수 없이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변수 없이 좋은 공들을 던지고 있다”고 말하며 현재 상승세에 수비의 역할을 빼놓지 않았다.
투수와 수비진의 힘으로 경기를 버텨나가면 이제 타자들이 나선다. 득점 기회를 엿본 뒤 타선은 점수가 가장 필요한 순간, 승부처 상황에서 어김없이 폭발한다. 20경기에서 득점권 타율 3할1푼6리를 기록하고 있고, 진루타율 48.57%를 기록하고 있다. 주자들을 다음 베이스로 보내주면서 득점 기회를 창출한 뒤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가 일찌감치 형성됐다. 이러한 타선의 힘 때문에 롯데는 접전 승부에서도 끈질기게 상대를 괴롭히며 결국엔 승리까지 쟁취하고 있다.
20경기 중 3점 이내 접전이 15번이나 있을 만큼 롯데의 경기 자체가 시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투수와 수비의 힘을 바탕으로 무수한 접전 승부들을 버텨냈고, 이후 타선이 한 번의 기회를 엿보면서 끝내 경기 흐름을 뒤집었다. 20경기 17승 가운데 13승이 역전승이다. 7회까지 뒤졌던 6경기에서는 무려 4승을 챙겼다. 
사실 현재 롯데의 팀 컬러를 딱히 정의하기는 어렵다. 세밀한 작전 야구로 경기를 풀어 가나는 ‘스몰볼’도 아니고, 장타를 펑펑 때려내면서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는 ‘빅볼’ 스타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유망주들을 육성해 1군에 안착 시키면서 ‘저비용 고효율’ 선수들로 경기를 펼치는 ‘머니볼’이라고 볼 수도 없다.
현재 롯데 스타일은 위와 같은 정의에 포함시키기에는 애매하다. 한때 K-리그 클래식의 울산 현대 축구단이 수비를 탄탄히 한 뒤 한 방의 기회를 점수로 연결시키는, 이른바 ‘철퇴 축구’로 승승장구한 바 있다. 울산 현대의 축구 스타일과 비교를 했을 때 롯데 역시 투수력과 수비력으로 상대 공세를 막아내고, 타선이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부분이 일맥상통한다. 현 시점 롯데 야구를 ‘철퇴볼’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리 과장되지 않다. 철퇴라는 무기가 내려치기 전까지는 허점도 보이고, 다소 불안할 수도 있지만 내려친 뒤에는 상대를 완전히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일격의 수단이 된다. 상대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 만큼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렇기에 공포는 배가 된다.
지난 26일 넥센전이 대표적이었다. 1-1 팽팽하던 승부, 롯데는 6회초 무사 만루 위기를 맞이하지만 선발 김원중이 이를 막아냈다. 무사 만루에서 수비진에서 3루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만들어내며 상대의 예봉을 차단했고, 이어진 6회말 공격에서 이대호의 솔로포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4점을 더 추가하면서 승리를 거뒀다.
현재 롯데 야구는 상대를 공포감에 사로잡히게 한다. 한 해설위원은 “지금 롯데와 상대하는 팀들이 기세 싸움에서 접고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롯데가 선보이는 야구가 강력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64승54패2무로 승패 마진 +10을 달성했고, 5위 넥센과 3.5경기, 6위 LG와는 4경기 차이로 벌어졌다. 그 사이 3위 NC와 승차는 3경기로 좁혀졌다. 과연 롯데의 ‘철퇴볼’의 기세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일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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