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이종석 "악역 잘 맞냐고? 미움받을까 착한 척 해"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8.27 14: 00

이종석이 영화 '브이아이피'(박훈정 감독)로 생애 첫 악역 변신에 도전했다. '악마를 보았다' 속 최민식에 비교될 만큼 잔혹한 살인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악마 같은 본성을 내재한 북에서 온 VIP. 영화 개봉 이후 관객들의 설왕설래를 불러 일으킬 만큼 영화 속 이종석의 악역은 충격, 그 이상이다. 
돌이켜보면 이종석은 늘 고난 속에 성장하는 밝고 청량한 캐릭터를 맡아왔다. 하얗고 말간 얼굴, 사랑스러운 미소로 늘 긍정적인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이종석의 성공적인 변신.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이종석의 파격 도전은 짜릿하면서도 매우 성공적인 필모그래피의 전복이다. 
이종석은 '브이아피'를 통한 첫 악역 도전에 대해 "다른 걸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속은 시원하다"며 "제가 지금까지 해온 거랑 다른 걸 하니까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느와르라는 장르를 항상 해보고 싶었는데, 제가 가진 이미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작품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브이아이피'에서 이종석이 맡은 김광일이라는 인물은 '기획 귀순'을 통해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 VIP급 인사. 국정원도 경찰도, 미국의 CIA까지 주목하는 김광일은 사실 악마보다 더 잔혹한 본성을 숨긴 우아한 살인마다. 영화 속에서 이종석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말간 미소를 짓고 있다. 잔혹한 살인 현장에서도 햇살 같은 해사한 미소를 잃지 않는 소름끼치는 악역, 김광일의 캐릭터는 이종석을 만나 더욱 생동감을 입었다. 
"크게 변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제 외적인 모습을 무기로 쓸 수 있었던 영화인 것 같아요. 일단 팬들은 정말 많이 놀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특히 나이가 어린 팬들이 충격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죠. 하지만 전 배우니까,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해야 하니까, 새로운 것들을 계속 해나가야 하잖아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모험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죠." 
모두가 깜짝 놀란 생애 첫 악역 변신, 이종석은 자신의 모험에 80점을 매겼다. 이종석은 "내가 내 작품을 보고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이 없었다. 지금까지 8년 정도 연기를 해오면서 정말 드물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이번 작품은 제가 작품에 정말 잘 녹아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밝고 건강한 성장형 캐릭터 덕분에 이종석은 지금껏 작품 밖에서도 그렇지만, 작품 내에서 늘 사랑받는 인물을 연기해왔다. 그러나 '브이아이피'는 달랐다. 모두가 자신의 적인 세계, 이종석은 악역임에도 자신도 모르게 선한 인물의 마음가짐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라고. 
"악역이 잘 맞냐고요? 그렇게 잘 맞는 옷은 아니예요(웃음). 선한 역할을 해오다 보니까, 계속 그런 척을 하려고 하더라고요. 대사 톤이나 뉘앙스도 더 나쁘게 해야 하는데 본능적으로 순화를 하더라고요. 할 때마다 '아, 이거 아닌데' 그랬는데 감독님이 잘 잡아주셨던 것 같아요. 악역이라는 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대사를 하면서도 본능적으로 '이렇게까지 하면 보는 사람들이 싫어할텐데'라고 생각하게 돼요. 근데 싫어하는 게 맞는 거잖아요(웃음). 그걸 자꾸 착각하기도 했어요." 
첫 악역에,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끔찍한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촬영을 반복해야만 했다. 심지어 사람을 잔혹하게 죽이는 장면을 첫 촬영에 소화해야만 했다는 이종석이다.
"첫 촬영이었는데, 피가 정말 많고 일단 나체가 있었잖아요. 비주얼부터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찍을 때는 긴장을 해서 그런지 별 생각이 없었는데, 찍고 나서는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그런지 속이 안 좋고 머리가 띵했어요. 불쾌한 기분이었죠.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게 첫 촬영이었어요. 서울 근교에서부터 찍기 시작해서 공교롭게도 어려운 장면을 가장 먼저 찍게 됐죠. 어려운 장면부터 촬영하다보니 비교적 수월하게 작품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Oh! 커피 한 잔②에서 이어집니다.) /mari@osen.co.kr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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