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양 책임지는 이수진 영양사,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7.08.25 09: 47

최근 6경기 연속 무패 행진(5승 1무)을 질주하며 제주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제주유나이티드(SK 에너지 축구단, 이하 제주). 선수단이 하나로 뭉쳐 단단한 팀웍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구단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들로 구성한 지원스태프가 경기력 및 성적 향상을 위한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제주 선수단의 영양을 책임지는 이수진 영양사는 숨은 영웅 중 한 명이다. 제주는 클럽하우스에서 식당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선수들이 영양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 중심에 이수진 영양사가 있다. 제주 선수단의 영양을 책임지는 그녀를 직접 만나봤다. 

 
- 영양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계기는?
▲ 음식을 영양분 밸런스를 맞추며 준비하는 일이 재미있어 시작하게 됐다. 음식은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양을 직접적으로 공급하며, 선수단 사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이 부담감이 되기도 했지만 다시 말하면 오히려 더 책임감과 역량을 키울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 하루에 몇 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나. 
▲ 점심에 100인분, 하루 평균 250인분 가량 나간다. 제주 선수단뿐만 아니라 유소년, 구단프런트, 지원스태프의 식사까지 책임지고 있다. 자연스레 구단 구성원들에게는 클럽하우스 식당이 '엄마'와 같은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웃음) 그래서 더욱 신경쓰고 있다. 
 
- 한끼에 먹는 반찬 개수는?
▲ 제주 선수단 기준으로 6찬에 샐러드바가 제공된다. 외국인 선수들을 위해서는 경기 당일에 스테이크를 준비한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도 평소에 한식을 잘 먹는 편이다. 
 
-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 짜장면, 짬뽕 등 중식이다. 전반적으로 면요리를 좋아한다.  한우, 장어구이 등 저녁 특식도 선수들에게 인기가 좋다. (인기 음식이 나오면 가끔 모자랄 때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럴 때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준비한 음식이 남을 때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웃음)
 
- 준비 과정도 꽤 시간이 걸릴듯한데.
솔직히 쉽지 않다. 오전 7시 30분 U-12 선수단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오전 6시 30분전에 출근한다. 모든 배식과 정리가 끝나면 오후 8시가 된다. 저녁 8시 경기가 있는 날에는 저녁 12시에 퇴근한다. 선수단과 스케쥴을 맞추어 근무하기 때문에,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 힘들지만 이기는 날에는 절로 신바람이 나기도 한다. 
 
- 선수들이 먹는 음식의 칼로리양은?
▲ 일반인과 차이가 크다. 일반인(2000kcal)의 약 1.5배 정도. 선수는 3500kcal 이상 섭취한다. 특히 선수는 경기 또는 훈련이 많기 때문에 열량 소비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식사로 채우지 못하는 칼로리는 음료나 보충제로 섭취한다. 
 
- 잘 먹는 선수는?
▲ 권순형 선수와 지금은 팀을 떠난 황일수 선수. 정말 음식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솔직히 잘 먹는 선수보다 잘 안 먹는 선수들에게 관심이 더 간다. 김호승 선수랑 이은범 선수가 요주의 인물이다.(웃음) 잘 먹지 않는데 왜 안 먹는지, 입맛에  안 맞는지 계속해서 확인한다. 
 
- 선수가 특별히 주문하는 음식도 있나? 
▲ 특별한 주문보다 먼저 변화를 주는 편이다. 선수들은 항상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음식이 질리고 지겨울 수 있다. 그래서 빼빼로데이 이벤트나, 요리사님 초청 특식 이벤트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식단이 지루하지 않도록 변화를 주고자 노력한다. 
 
- 여름징크스에 대비해 특별히 준비했던 보양식은?
▲ 평소에도 그렇지만 여름에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 내가 좀 잘못해서 경기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올해는 장어, 한우, 추어탕 등 보양식을 많이 준비하고 있다. 9월에는 원정경기도 많는데 더욱 신경써서 제주에 여름징크스라는 단어가 없어지도록 하겠다. 
 
- 영양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 내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희생도 따르지만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은 좋은 직업이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좀 더 공부도 하고 많은 분들과 소통을 가지면서 의견도 나누고 싶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좀 더 나은 식단을 제공하고 싶다.
 
- 그동안 가장 보람이 있었던 순간은?
▲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선수들이 떠나기 전에 식당에 들러 그동안 잘 먹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할 때. 최근에는 김상원 선수와 권용현 선수가 찾아와 가슴이 뭉클했다. 앞으로도 선수들에게 좋은 추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거짓없는 땀방울을 흘리듯이 저도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제주 화이팅!/dolyng@osen.co.kr
[사진] 제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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