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출신 맞나' 싶던 로하스, 이제는 복덩이로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8.24 13: 00

미운오리가 백조로 탈바꿈하는 데 걸린 시간은 딱 한 달이었다. kt 멜 로하스 주니어 이야기다.
kt는 지난 5월 20일 외국인 타자 조니 모넬을 웨이버 공시했다. 모넬을 방출하고 20일 후인 6월 9일 멜 로하스와 계약을 발표했다. 로하스는 6월 11일 입국 후 메디컬테스트를 거쳐 이틀 뒤인 13일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기대가 컸다. 로하스는 2010년 피츠버그에 3라운드 입단 후 마이너리그에서 8시즌을 뛰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도미니카공화국 대표로 출전했다. 하지만 김진욱 kt 감독이 직접 본 로하스의 첫인상은 달랐다.

김 감독은 "저 스윙으로 어떻게 메이저리그 지명을 높은 순위에서 받았고, 지금까지 야구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라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이를 '장타를 기대할 수 없는 스윙'이라고 정의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로하스는 각도 형성이 전혀 되지 않는 레벨 스윙으로 일관했다.
자연히 컸던 기대는 점차 줄었다. 그렇다고 또 한 번 교체의 칼을 빼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최소 한 달의 적응기를 준다고 쳐도 7월 중순이었다. 이때부터 외인 교체 작업에 착수한다면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힘든 건 분명했다. 김진욱 감독은 "수비만 잘해주고 주루 플레이에서 제 역할을 다해주기만 바랐다. 거기에 욕심을 낸다면 '눈야구'로 출루율이 올라가는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로하스는 KBO리그 첫 선발출장 때부터 초반 대부분을 4번타순에서 보냈다. 그러나 타율은 1할8푼까지 떨어졌다.
로하스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3번타순으로 고정되기 시작하면서 타율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팀이 거듭되는 연패에 빠져도 본인은 굳건했다. 1할8푼까지 떨어졌던 타율은 8월초 3할을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는 2할8푼까지 떨어졌지만 로하스의 장점은 타율보다 장타에 있다.
로하스는 52경기서 타율 2할8푼6리, 12홈런, 35타점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은 0.544에 달한다. 언뜻 12홈런이면 적어보이지만, 144경기 체제로 환산하면 33홈런까지도 가능한 수치다. 특히 로하스의 데뷔 일자인 6월 13일부터만 따진다면 로하스는 리그 홈런 부문 공동 5위다. 그 위에는 윌린 로사리오(24홈런), 최정(20홈런), 김재환(19홈런), 이대호(15홈런) 등 주름잡는 강타자들뿐이다. 바꿔 말하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장타본능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사령탑의 칭찬은 당연했다. 김진욱 감독이 꼽은 로하스의 변화는 열린 마음 덕이다. 김 감독은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라면 으레 자신만의 고집을 부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로하스는 달랐다. 조언을 해주면 바로 자신의 것으로 흡수했다"라고 칭찬했다.
거기에 선수 본인의 의지도 강하다. 로하스는 폭염이 이어지던 8월 초 김진욱 감독에게 한 차례 휴식일을 부탁했다. 김 감독은 이를 들어주려 했다. 그러나 정작 경기 당일 "경기에 뛸 수 있다. 믿고 맡겨달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결국 로하스는 경기에 나서서 제 역할을 다했다. 기본적인 실력에 열린 마인드와 근성이 더해지니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당연했다.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메이저리그 출신이 의심스러웠던 선수에서 복덩이로. 올 시즌 로하스는 kt가 찾은 몇 안되는 희망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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