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연극 배우 이윤지가 내린 '3일간의 비'
OSEN 김나희 기자
발행 2017.08.25 08: 55

배우 이윤지가 4년여 만에 연극 무대에 다시 올랐다. 그것도 딸과 어머니라는 1인 2역을 맡아 '극과 극' 매력을 뽐내면서 말이다.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개막한 연극 '3일간의 비'는 1995년과 1960년대를 배경으로,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뮤지컬 배우 오만석이 연출을 맡았으며 이윤지를 비롯해 배우 최재웅, 윤박, 최유송, 이명행, 서현우 등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극중 이윤지는 30대 모범적인 가정주부 낸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그녀의 어머니 라이나 역을 맡아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상황. 무엇보다 그는 지난 2010년 '프루프'를 시작으로 2013년 '클로저', 이번 '3일간의 비'까지, 약 3~4년의 주기로 총 세 번의 연극 무대에 올라 시선을 모으고 있다.

'클로저' 출연 이후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며 한층 다채로워진 모습으로 무대에 돌아온 이윤지. '3일간의 비'를 통해 무대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그를 OSEN이 최근 대학로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이하 이윤지와의 일문일답.
Q.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연극을 하는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계속 일을 하다 보면 오버랩으로 들어오거나 맞물릴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이번 작품은 제작하신 분이 처음 책을 한국에 들여왔을 때 독서 차원에서 이미 읽었던 적이 있어요.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지금 무대에 올리겠다고 하는데 저랑 시기적으로도 딱 맞더라고요. 오는 작품 안 막는 스타일이라 '이건 해야겠다' 싶었죠. 못해도 3년의 주기로는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 사이에 결혼도 했고 아기도 있으니 제가 어떻게 변했는지 스스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Q. 작품이 좀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요.
"많이 볼수록 다른게 들린다고 하더라고요. 여러워서라기보다는 정보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이 말이 다 들어오기 전에 다른 말을 시작하고 있으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원래 번역본은 '뭐지 이게?' 싶을 정도였어요. 각색이 엄청 잘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Q. 본인은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친절하지만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3명 중 유일하게 여성이라 조율해나가는 면도 좋고요. 꼭 해보고 싶었죠."
Q. 배우들끼리 토론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요?
"많이 했어요. 특히 오만석 연출님이 '문예창작과 학생들'이라고 할 정도였죠. 보통 연극을 앞두고 두 달 정도가 이상적인 연습 기간이라고들 하는데 전 꼬박 두 달을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연습에 투자했어요. 저희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죠."
Q.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대사를 열심히 외웠어요. 저희가 전달을 잘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각색은 정말 섬세했어요. 오만석 연출님이 배우다 보니까 이렇게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번역을 할 때 적당한 한글 단어를 찾기 위해 애쓰는데 여기에 배우로서 한 번 더 필터링하니까 잘 정제된 느낌이었어요."
Q.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무대에서 훨씬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준비하는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그만큼 응축되는 에너지가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낼 수 있다는 게 뭔가를 씻어내는 개운함이 있죠. 연습 기간 동안 작품 얘기하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게 제게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죠."
Q. 떨리진 않나요?
"어떤 언니가 제게 솔직하게 얘기하더라고요. '굳이 내가 가서 하는 게 겁이 난다'라고요. 저도 그런 두려움이 있지만 좀 더 용기를 냈어요. 무대를 동경하기 때문이에요. 저도 당연히 무섭긴 해요. 첫 공연 때 앞으로 꺾이는 줄 알았어요. 굉장히 많이 떨었거든요. '클로저' 때는 안 떨어서 체질인 줄 알았는데 이번엔 정말 떨리더라고요. 전달해야 할 정보가 많아서 그랬나 봐요."
Q. 결혼과 출산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쫄보가 됐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책임감이 커졌죠. 사람에 대한 이해도도 깊어졌어요. 몸조리를 위해 운동을 하면서 달을 봤는데 갑자기 절 낳았을 때의 엄마한테 메시지를 보내고 싶더라고요. '참 힘들었겠다'라고요. 그런 센치한 과정을 보내다 보니까 어떤 상황을 마주하던 이전보다 신중해진 것 같아요. 또 작은 것에도 기뻐할 줄 알게 됐어요."
"배우는 인생의 과정이 고스란히 보이는 게 숙명인 것 같아요. 어차피 제 모든 사생활이 노출이 되니까 기왕이면 매 순간 좋게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극장에 와주시는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Q. 오만석은 어떤 연출가인가요?
"'클로저' 때 만났던 배우가 오만석 선배님이에요. 근데 이번에 만났을 때는 그때와 정말 다른 느낌이었죠. 그때는 배우 대 배우로 만나서 그런지 이토록 그가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만약 나중에 연출님이 연락을 하신다면 연출님만 보고 출연할 만큼 굉장히 좋은 분을 만났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까지 꽤 많은 작품을 했는데 그 안에서 톱3에 드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사람만 좋은 것도 아니에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다 하시죠. 설득시키고 이해시키고 잘 끌어내고 맛있는 걸 사주시면서 말이에요.(웃음)"
Q. 최재웅, 윤박과의 호흡은 어떤가요?
"둘 다 좋아요. 대신 연기하는 스타일은 다른 편이죠. 박이는 너무나 안아주고 싶게, 보호해주고 싶게 연기해요. 깨질 것 같은 느낌을 잘 구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순수하게 주고받는 재미가 있어요. 반면 재웅 오빠는 워낙 베테랑이니까 제가 기대서 연기하는 면이 있어요. 확실히 듬직한 느낌이 더 있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3일간의 비' 같이 파장이 길게 가는 연극은 당분간 못 만나실 수도 있어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한편 연극 '3일간의 비'는 오는 9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만 13세 이상. 120분. / nahee@osen.co.kr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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