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김선아 "'품위녀'는 믿고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였다"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8.24 15: 27

배우 김선아는 ‘품위있는 그녀’라는 작품을 만나, 그 울타리를 믿고 마음껏 뛰어 놀았다. 그렇게 했더니, 어느 새 ‘품위있는 그녀’는 JTBC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는 괴물 드라마가 돼 있었다. 
김선아는 지난 19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이하 ‘품위녀’)에서 박복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전제작 시스템의 드라마라 이미 2월에 촬영을 모두 마쳤다는 김선아는 인터뷰를 앞두고 “엄청 떨린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드라마 속 박복자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왜인지 웃음이 났다. 김선아도 스스로가 재미있는 듯 “너무 긴장해서 웃기죠?”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일단 ‘품위녀’가 잘 돼서 기분이 좋다. 잘 될지 안 될지를 생각하고 시작한 드라마는 아니었다. 그냥 작품이 너무 좋았다. 방송국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 김윤철 감독님과 꼭 작품을 하고 싶었다. 다시 만나기까지 12년이란 시간이 걸렸는데 사람이라는 게 인연이 있구나 하고 느꼈다.”

촬영을 끝낸 지 6개월가량이 지난 김선아에게 아직 박복자의 잔재가 남아 있을까. 김선아는 “아직 다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아는 주변 사람들도 간혹 ‘아직이지?’라고 물어본다고. 그는 아직 박복자를 완전히 털어내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오랫동안 복자라는 사람으로 살았다. 그래서 저에게도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시간이 좀 지나서 이젠 괜찮아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조금은 복자가 남아있는 것 같다. 2월에 촬영을 끝내고 3월엔 내레이션 녹음을 했다. 지난해 감독님께 대본을 받은 후로부터 벌써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거의 대본과 함께 지냈다. 그래서 내레이션 녹음을 한 후로는 거의 대본을 본 적이 없다.”
그렇게 박복자와 울고 웃었던 시간은 갔고, 김선아는 이제 김선아로 돌아가려 한다. 그는 “박복자는 복자대로 갔겄지”라며 복자의 말투를 흉내 내며 웃었다. ‘인생작 경신’이라는 극찬이 쏟아진다는 말에는 “과찬”이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쑥스러운 모양인지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 분들이 정말 많다”며 그는 말머리를 돌렸다. 
“무엇보다 믿음이라는 게 가장 컸다. 마치 어린 아이가 마음 편히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였달까. 어린 아이는 엄마, 아빠의 품이 안전하다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 나도 비슷했다. 여기서는 넘어져도, 다쳐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다. 배우에겐 그게 제일 중요하다. 그렇게 만들어준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김선아는 “이런 자극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공로를 주변 사람들에 돌리는 동시에 “‘이런 작품을 하려면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은 변치 않았던 것 같다”고 짧게나마 ‘인생작 경신’의 비결을 밝혔다. 박복자라는 진폭 큰 캐릭터를 훌륭하게 해낸 김선아는 “사실 정말 바쁘고 정신없었다”며 이제야 박복자를 소화했을 때 어려웠던 점을 털어놨다.
“모두가 힘들었을 것이다. 나만 힘든 건 아니었다. 다만 처음에 어떻게 이렇게 대본이 쭉쭉 나올까 싶더라.(웃음) 외울 게 너무 많았다. 머리가 아프더라. 사투리 했다가, 갑자기 표준어 쓰다가 왔다 갔다 한다. 나중에는 ‘이렇게 대본이 쭉쭉 나와도 안 좋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부 씩만 주면 안 되냐’고 부탁할 정도였다.(웃음) 박복자가 정말 변신이 많았기 때문에 바빴고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바쁘게, 누구보다 치열하게 박복자를 연기한 김선아에게 ‘품위녀’는 어떤 작품일까. “배우는 누구의 삶을 잠깐 살아보는 게 직업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말 많은 분들이 복자에게 고맙게도 큰 사랑을 줬다. 참 ‘품위녀’는 고마운 작품”이라며 김선아는 북받치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지만, 끝에는 미소를 지었다. (Oh!커피 한 잔②로 이어집니다.)/ yjh0304@osen.co.kr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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