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는 그녀’의 박복자가 김선아가 아니었다면? 상상이 가지 않는다. 김선아에겐 우아진과 김희선이 그랬던 모양이다. 우아진의 역할이 탐나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선아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이보다 더 베스트가 있을까요?”
지난 19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이하 ‘품위녀’)에서 김선아는 모든 걸 가지고 싶어 했지만,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은 박복자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를 통해 김선아는 ‘인생작 경신’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품위녀’를 추리물로, 심리드라마로, 막장 치정극으로, 고발극으로 만든 건 김선아의 힘이 컸다.
특히 ‘품위녀’에서는 화제 되는 장면들이 다수였다. 김선아와 이태임의 난투극 장면이나 풍속정 주인(소희정 분)에게 총각김치 따귀를 때리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가 됐다. 김선아는 “그 두 장면 모두 이태임, 소희정 씨와 처음 만난 날 촬영한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중에 제작진과 배우들과 함께 회상한 장면들도 그 두 장면이었다고.
“이태임씨와의 난투극 장면은 나도 고민을 많이 했다. 욕 연습도 엄청 했다. 이태임씨와 그 자리에서 처음 봤다. 머리채를 잡아야 하니까 머리가 짧은 사람보다 머리가 긴 사람과 액션이 더 잘 나온다.(웃음) 한 10년 전에 제가 장혁씨와 절권도를 다녔던 적이 있었다, 아주 살짝.(웃음) 이게 ‘탁탁’ 절도 있게 해야해서 그 동작들이 도움이 된 것 같다.”
그 자리에서 절권도를 연상케 하는 몸짓을 재현해보이던 김선아는 “설탕 그릇도 엄청 잘 깨진다고 제작진이 주의를 줬는데 그렇게 약할 줄 모르고 탁 놨다가 금방 깨져서 당황한 적도 있다”며 당시의 촬영장을 회상하기도 했다. 풍속정 신은 그 어떤 것도 실수가 있으면 안 되는 ‘긴장 넘친’ 장면이었다고.
“풍속정 세트가 사실 정말 작다. 카메라가 김치를 잡는 것부터 감정을 포착하기까지 정말 어려운 동선이었다. 작은 NG가 나도 전부 다 다시 가야하기 때문에 정말 곤란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한 번에 마지막까지 NG없이 착착 갔다. 카메라, 음향 등 모든 팀들이 정말 뿌듯해했던 장면이었다. 서로 엄청 미안해하면서 촬영을 했다. 지금도 드라마 팀들을 만나면 그 때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다시 이야기를 해도 식은땀이 난다.(웃음)”
특히 박복자와 우아진의 묘한 워맨스가 ‘품위녀’의 핵심 요소였다. 촌스러운 헤어스타일에 사투리를 쓰는 박복자보다는 럭셔리한 의상과 분위기를 가진 우아진 캐릭터가 여배우로서는 더 욕심나지 않을까. 이 말에 김선아는 망설임없이 “이보다 더 베스트는 없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감독님께서 처음에 ‘우아진에는 김희선씨가 됐다’고 말했을 때, 이보다 더 베스트는 없을 것이라고 느꼈다. 지금까지도 그보다 더 좋은 캐스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은 변함없다. 단지 호흡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있다. 조금 더 자주 함께 촬영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나 혼자 촬영분이 주로여서 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다른 배우들과도 마찬가지다.”
김선아는 “박복자를 소화하느라 5개월 동안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촬영이 끝나 있었다”며 스태프들이나 배우들과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없었던 것에 아쉬움을 드러낸 김선아. 하지만 5개월 넘는 시간을 동고동락한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향한 애정은 그대로였다. 그는 안태동 역의 김용건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최근에 김용건 선생님과 통화를 했는데, 내가 선생님께 ‘설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드라마에서 진심, 진실이란 말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복자의 진심도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론 복자가 어떤 순간이 진심이었을까 제일 궁금하다. 적어도 병원에서 안태동과 말하는 장면에서는 복자가 진심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안태동은 어쩌면 기대고 싶은 아빠, 혹은 친구였고, 그에게 유일하게 손내밀어준 사람이었다. 참 박복자는 외로운 사람이었다.”(Oh!커피 한 잔③으로 이어집니다.)/ yjh0304@osen.co.kr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