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③] 김삼순, 그리고 박복자...김선아가 말하는 '인생캐'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8.24 15: 27

김삼순부터 박복자까지. 이름은 촌스럽지만 배우 김선아에게는 그 어떤 이름보다 특별하다. 그에게 스타덤을 안겨준 ‘내 이름은 김삼순’부터 최고의 연기라 극찬 받은 ‘품위있는 그녀’의 박복자까지 김선아가 말하는 ‘인생캐’를 들여다봤다.
김선아는 지난 19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이하 ‘품위녀’)에서 박복자 역을 맡아 드라마를 이끌었다. 사전제작 시스템이기 때문에 2월에 촬영을 마친 ‘품위녀’를 회상하며 김선아는 “다 털어낸 줄 알았는데 아직 박복자가 남아있는 것 같다”며 박복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가장 반전은 뭔지 아나. 이렇게 감정이 돌아올 줄 몰랐다는 거다. 박복자를 정말 보내고 싶어서 한동안 제주도에 내려가 있기도 했고, 정말 별 걸 다 해봤다. 그런데 뭘 해도 복자가 안 나가는 거라.(웃음) 그래서 나중엔 ‘그래 그냥 있어라’하고 포기했다. 날 잘 아는 주변 사람들도 ‘아직이지?’라고 물어본다.(웃음)”

촬영이 끝난지는 6개월, 종영을 한지는 일주일 정도가 지났는데도 김선아는 아직도 박복자에 푹 빠져있었다. 박복자는 촌스러운 헤어스타일에 사투리를 쓰며 첫 등장을 하지만, 막바지에는 누구보다 화려한 옷차림에 세련된 말투를 자랑한다. 그만큼 진폭이 어마어마하게 큰 캐릭터인 박복자를 연기하며 힘들진 않았을까.
“5개월이 정말 정신없었다. 하지만 저만 힘들었을까. 모두가 힘들었을 거다. 그리고 복자는 힘들었던 것보다 외로운 게 컸다. 태생적으로 항상 혼자였고, 성장한 후에도 늘 혼자였다. 그런 복자가 안태동(김용건 분) 집에 들어갔고, 더욱 혼자가 됐다. 그 외로움이 많이 컸다. 촬영분 또한 나 홀로인 게 많아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종영 15분 전 밝혀진 박복자의 살해범이 안운규(이건희 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김선아는 “나도 나중에 범인을 알게 됐다”며 놀랐다고 답하면서도, “결국 안운규는 또 다른 박복자였다”라며 안운규가 살해범이 된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박복자와 안운규는 공통점이 있었다. 둘 다 혼자였다. 비록 살아온 환경이 다르지만, 둘 다 혼자였다는 건 똑같다. 또 다른 복자 같은 아이였다. 박복자도 참 외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우아진(김희선 분) 같은 엄마, 혹은 그런 친구가 가지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복자는 그냥 외로운 여자였다.”
김선아는 “삼순이에 복자까지, 처음엔 이름을 듣고 ‘에?’라고 반응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난 왜 항상 이름이 이래”라며 애교 섞인 원망을 하던 김선아는 김윤철 감독의 설득으로 대본을 읽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박복자라는 캐릭터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출연에 대한 답변을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김윤철 감독님께서 정말 재밌으니까 읽어보라고 했다. 몇 부를 미리 받아서 봤는데 머리로는 박복자를 받아들이기 좀 힘들어서 사실 며칠 동안 답을 못 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남의 집에 들어가고, 이렇게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더라.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이 많이 걸렸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며 풀어냈다.”
김선아는 “거울의 ‘예쁘다’는 이야기로 위로를 받았던 왕비가 백설공주가 나타났을 때 굉장히 상처받지 않았을까. 그 백설공주 이야기를 떠올리고 나니 박복자가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다양한 고민 끝에 박복자를 받아들이고,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던 김선아. 그는 ‘내 이름은 김삼순’ 때와 마찬가지로 김윤철 감독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 말했다.
“이 작품을 하게 된 건 오로지 김윤철이란 이름 석자 때문이었다. 감독님은 12년 전 ‘내 이름은 김삼순’을 할 때와 변한 게 없었다. 삼순이를 연기할 때 내가 정말 연기를 못했을 때였는데, 그 때도 현장에서 가르침을 주셨다. 학창 시절 정말 잘 가르쳐준 선생님은 기억이 나듯, 김윤철 감독님은 내게 그런 분이었다. 내겐 선생님이자 아버지였다. 먼저 손 내밀어줘서 정말 감사했다.” 
 
장난처럼 “난 왜 김삼순에 박복자야”라고 말하지만, 김선아에게 두 캐릭터는 그 무엇보다 남달랐다. 배우 김선아를 빛나게 해줬고, 김윤철이란 ‘좋은 선생님’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이번 ‘품위녀’는 김선아를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열광하게 만들었다고. 그는 ‘품위녀’를 떠올리며 “정말 좋은 드라마였다”고 또 하나의 여정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내가 복자인데도 TV 속 복자를 보며 ‘복자 왜 저래!’ 이랬다.(웃음) 정말 시청자로 재밌게 봤다. 우리 삶이 그려져 있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얘기할 수 있는 거리가 많았다는 건 그만큼 좋은 일 아니냐. 옆집 언니 이야기일 수도, 내 얘기일 수도 있고, 언젠가 들어봤던 누군가의 이야기일 수 있었다. 모두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드라마였다는 게 정말 좋았다.”/ yjh0304@osen.co.kr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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