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에게 쓰는 편지]①서석진 前경북고 감독 "이승엽은 늘 푸른 소나무같은 존재"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7.08.23 05: 56

스포츠 연예 전문 미디어 OSEN이 현역 은퇴를 앞둔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을 위한 '이승엽에게 보내는 편지'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편지, 이승엽의 경북고 시절 은사인 서석진 TBC라디오 해설위원의 편지를 시작으로 매주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자랑스런 제자 승엽에게. 
승엽아, 세월 참 빠르구나. 자네와의 인연도 어느덧 25년이 흘렀네. 자네 기억하는가. 내가 경북고 감독 시절 자네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대구 동인동 집까지 자주 찾아갔었어. 봄부터 시작해 복날마다 큰 수박 한 통씩 들고 땀 뻘뻘 흘리면서 2층 양옥집 계단을 오르던 기억이 난다. 

자네 집안에서 풍기는 온기는 정이 가득한 화목한 가정이라는 걸 깊이 느낄 수 있었어. 지금껏 스카우트를 하기 위해 수많은 선수들의 집을 찾아가봤지만 분명히 뭔가 달랐다네. 화목한 가정 속에서 부모님의 사랑과 자식에 대한 올바른 가정 교육이 자네의 인격 형성에 밑거름이 됐다고 본다. 
1993년 투타 양면에서 맹활약하며 청룡기 우승에 큰 공을 세운 자네에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컸다네.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은 가운데 전국대회 우승을 위해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네. 
프로 데뷔 후 '국민타자'라는 칭호를 얻으며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로 자리매김했고, 국제 무대에서도 국위 선양에 앞장선 자네가 내 제자라는 게 정말 자랑스럽다네. 박수칠 때 떠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데 명예롭게 은퇴를 준비하는 자네를 보면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구나. 
현역 시절 국민 타자로서 명성을 떨쳤던 자네가 은퇴 이후 대한민국 야구 발전을 위해 앞장서주길 바란다네. 흔히 '야구 선수가 되기 전에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지. 결코 쉽지 않은데 자네야 말로 몸소 보여줬어. 자네의 행동 하나 하나가 수많은 야구 선수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 
늘 푸른 소나무 같은 승엽아.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고 앞으로의 야구 인생 2막에도 축복만 가득하길 진심으로 기원하겠네. 
경북고 스승이자 선배인 서석진 TBC 해설위원으로부터. 
[사진] 서석진 해설위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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