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방망이’ 최항, 전설들도 인정한 타격재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8.22 05: 50

최항(23·SK)은 친형인 최정(30)의 막내 동생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이제는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최항의 타격을 두고 “요술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고 즐거워한다.
급격한 성장세는 SK 퓨처스팀(2군) 관계자들을 흥분시켰다. 지난 2월 대만 퓨처스팀 전지훈련 당시부터 주목받았다.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2루 수비 훈련도 시켰다. 최항에 대한 기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재능이 1군에 알려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SK가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1군 투어 프로그램 덕을 봤다. 그 결과 올해 1군 데뷔를 할 수 있었다. 예상보다 빠른 발걸음이었다.
이제는 데뷔를 넘어 팀의 주축타자로 성장 중이다. 올 시즌 13경기에서 타율 4할5푼9리, 1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두 번째 콜업이 이뤄진 8월 들어서는 6경기에서 타율이 무려 5할6푼5리에 이른다. 물론 표본은 적다. 고작 13경기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갓 1군 데뷔를 한 SK 어린 타자 중 최항만한 임팩트를 준 선수는 없었다. 코칭스태프는 “훌륭한 스윙 매커니즘을 가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외부의 시선은 어떨까. 역시 호평 일색이다. KBO 리그의 전설들도 최항의 타격을 눈여겨본다.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최항의 스윙궤도가 너무 좋다”고 입을 모은다. 그 정도 나이, 그 정도 경력에 저러한 수준급 매커니즘을 갖추기 쉽지 않다고 놀라워한다. “피는 못 속인다”라는 말도 나온다.
이종범 위원은 단번에 친형인 최정과의 공통점을 잡아낸다. 이 위원은 “좌타석에 들어선 최정같다”라고 운을 떼면서 “타격 전 방망이 위치나 준비자세가 형을 많이 닮았다. 아무래도 형을 많이 보고, 또 배우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인상을 설명했다. 이 위원은 “카운트가 불리할 때 밀어치는 능력까지 갖췄다. 낮은 쪽 공도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좌타자 출신인 양준혁 위원 또한 “스윙 궤도와 팔로우 스윙이 너무 좋다. 방망이를 준비하는 위치가 굉장히 이상적이다. 타자는 부드럽기보다는 거친 면도 있어야 하는데, 최항의 경우 매커니즘이 좋아 공이 맞는 면이 넓은데다 팔로우 스윙 후 한 번 더 때려 준다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공에 스핀도 걸리고 타구 속도도 빠르다. 이러면 빗맞아도 좋은 타구가 나오게 되어 있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앞으로 고비도 찾아올 것이다. 최항의 약점을 파고 드려는 상대 팀들의 노력이 집요해지면서다. 하지만 두 전설은 “고비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오히려 출전기회를 얻으면서 잘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어린 친구가 어떻게 성장할지, 그 과정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타격에는 확실한 재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최항도 준비 자세나 방망이 위치에 대해서는 형을 벤치마킹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스윙 매커니즘 자체는 형과 다르다고 했다. 최항만의 독특한 맛이 있다.
이 위원은 “고비도 고비겠지만 출전기회를 계속 주면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다. 3루 수비도 그 정도면 나쁘지 않다”라면서 “형도 1~2개의 홈런을 치다 30홈런 이상을 치는 선수로 성장했다. 최항도 기회를 얻으면서 그렇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양 위원 역시 “최정이나 이승엽도 처음부터 스타는 아니었다. 선구안만 조금 개선되면 형만큼 치는 선수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SK의 요술 방망이가 리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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