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실제 만나본 정윤정 작가는 소녀 같은 감성의 소유자였다. 그의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작품 구상을 듣고 있으니 tvN '하백의 신부 2017'의 설렘 포인트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곧바로 납득했을 정도. 앞으로 그의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14회 키스신? 빠질 뻔한 장면"
유독 아름다운 키스신이 많았던 '하백의 신부 2017'. 그중에서도 정윤정 작가가 꼽은 최고의 명장면은 지난 14회에서 하백(남주혁 분)과 소아(신세경 분)가 나눈 진한 키스신이다. 방송 이후 애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 키스신을 사실 보지 못할 뻔 했다는 게 정윤정 작가의 설명.
"14화에서의 키스신은 지금의 하백의 감정을 가장 명확하게 전달하는 신이라고 생각했어요. 원래 그전에 한 신이 더 있었는데, 농장에서 하백이 후예(임주환 분)와 독대하는 신이었죠. 여기서 하백·낙빈(임지현 분)·후예에 관한 서사가 하백답고 후예답게 마무리된 뒤 하백이 집으로 돌아와 소아에게 키스를 하는데 그 부분이 편집됐어요. 좀 더 큰마음의 하백과 후예를 보여주는 신이고 서로에 대한 암묵적인 인정의 신으로 설정했는데 의도와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의견 때문이었죠. 그러면서 하백이 후예에 대한 질투로 키스를 하는 걸로 다음이 연결됐는데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키스신 찍는 거에 부담감을 갖고 계시는 듯해요.(웃음) 이 키스신을 빼길 원하셨거든요. 근데 제가 감정상 꼭 있어야 되는 이유와 어떤 감정으로 키스를 해야 되는지를 열심히 설명했죠. 결국 받아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웹툰·만화의 드라마화? 신경 쓸 부분 많아"
정윤정 작가는 '하백의 신부 2017'을 집필하기 전 원작이 웹툰인 tvN '미생'을 드라마화 시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하백의 신부 2017' 또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기에, 웹툰·만화와 큰 인연이 있는 셈.
이 외에도 MBC 드라마넷 '별순검' 시즌1·2, MBC '아랑 사또전', tvN '몬스타' 등을 집필해 장르물, 오피스물, 로맨스물에 두루 능한 작가임을 입증한 그에게 앞으로 어떤 작가로서 발자취를 남기고 싶은지 물었다.
"'미생'과 '하백의 신부 2017'의 경우 둘 다 제 의지로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하게 된 건 아니에요. 원작이 있는 작품을 드라마화했을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거든요. 창작의 스트레스 외의 것들이요. 처음 이 일을 배울 때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각색은 제목만 살려서 갈 수도 있다. 그것도 각색의 범주 안에 든다'고요. 과거에는 그게 됐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기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아진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드는 것만 해도 시간이 모자란데 그 외적인 것을 신경 쓰기가 힘들죠. 앞으로는 원작이 있는 작품은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작가는 작품을 하다 보면 몰랐던 자신을 알게 돼요. 그러면서 '나는 이 사회에서 어떤 작가로 자리매김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죠.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찾아가는 것처럼, 이 질문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아직까진 사회에 작가로서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을 하는 것보단 제가 보고 싶은 드라마를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바람이 있다면 제 작품을 보면서 사람들과 사회가 조금이라도 순해졌으면 좋겠어요."
▲"마지막회, 등장 인물들의 감정선 풀릴 것"
"캐릭터들을 떠나보내기 싫어서 '대본 집을 내서 남길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열심히 떠나보내기로 했다"며 '하백의 신부 2017'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인 정윤정 작가. 22일 '하백의 신부 2017'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마지막회 시청 포인트에 대해,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에 대해 물었다.
"만약 16회에 소아가 잃어버린 아빠를 찾고 하백이 그걸 같이 찾아주는 과정이 그려진다면 어떠한 목적이 생기기 때문에 멜로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사건보다 그 사이에 얽힌 인물들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 썼죠. 그동안 궁금증을 유발했던 여러 가지 감정선 및 요소들도 16회에서 대부분 풀릴 예정이에요."
"기존의 로코물과 다른 이야기와 전개를 따라오느라 힘드셨겠지만 이 이야기는 결국 다섯 명의 캐릭터들이 드라마가 끝나고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 있는 것 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게 목적이에요. 드라마가 끝나도 오래도록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nahee@osen.co.kr
[사진] '하백의 신부 2017' 방송화면 캡처 및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