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①] '하백의 신부' 작가 "하백의 서사? 당연히 소아다"
OSEN 김나희 기자
발행 2017.08.22 09: 30

물의 신 하백(남주혁 분)과 여의사 소아(신세경 분)의 로맨스로 매주 월, 화요일 밤을 설렘으로 물들였던 tvN 드라마 '하백의 신부 2017'(극본 정윤정/ 연출 김병수)이 22일 마지막회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나인'의 김병수 PD와 '미생'의 정윤정 작가가 의기투합했다는 점, 동명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스핀오프 드라마라는 점, 배우 남주혁, 신세경, 임주환, 크리스탈, 공명 등의 인기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점 때문에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하백의 신부 2017'.
막상 베일을 벗은 이 드라마는 방송 초반에는 특유의 코믹함으로, 중반 이후에는 두 주인공의 절절한 로맨스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과 섬세하게 깊어진 감정선, 결말을 알 수 없는 전개로 마니아 팬층을 구축했다는 평.

이같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 중심에는 작품을 집필한 정윤정 작가가 있다. 그의 수많은 고민 덕분에 지금의 '하백의 신부 2017'가 탄생할 수 있었기 때문. 이에 OSEN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찻집에서 그와 만나 드라마의 집필 계기부터 종영 소감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눠봤다.
▲"신이란 무엇인가"
'하백의 신부 2017'는 원작 만화의 고전적 판타지와 인물들을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설정과 이야기를 담아낸 스핀오프 형식의 작품이다. 소재가 판타지인 만큼 이를 그대로 드라마로 만들기엔 많은 무리가 있었던 게 사실. 정윤정 작가는 이를 해결하려다 '신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에까지 도달했다며, '하백의 신부 2017'가 엄청난 고민과 노력 끝에 탄생한 드라마임을 강조했다. 
"원작을 그대로 드라마화하기엔 많은 난제들이 있었어요. 어설프게 건드려서 해체하느니 캐릭터만 활용하는 쪽으로 정리했죠. 그래야 원작의 '하백의 신부'가 온전히 남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후 팀이 꾸려져 1년간 매일 회의를 했어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신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크게 부딪혔죠. '왜 로맨스 물에 신을 소재로 끌고 들어와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결국 소아와 하백의 사랑 그리고 소아와 후예의 관계를 통해 현실적인 신의 정의를 세웠어요. '가장 어려울 때 옆을 지켜주고 편이 되어 주는 실존적인 존재'로요."
▲"이야기보단 캐릭터에 중점"
여러모로 예상을 벗어난 부분이 많았던 '하백의 신부 2017'. 가장 대표적으론 하백의 신력을 들 수 있다. 방송이 되기 전 많은 이들이 하백을 '도깨비' 김신(공유 분)과 같은 신력의 남자 주인공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하백은 신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대신 그는 소아의 도움을 받아 인간계에 적응하는 모습으로 친근함을 안겼다. '신 중의 왕'이라던 그가 마치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리고 이 속에는 이야기보단 캐릭터에 중점을 둔 작가의 깊은 의도가 깔려있었다. 
"'하백의 신부 2017'은 이야기보다 캐릭터에 중점을 둔 드라마에요. 다섯 캐릭터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오래오래 남기를 바라면서 썼어요. 끝나고도 (캐릭터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들고 싶었죠."
"그러기 위해서는 시청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좋겠다고 봤어요. 그래서 감정과 이야기들을 천천히 진행시켰고 서사가 캐릭터를 압도하지 않게, 캐릭터가 서사에 휘둘리지 않게 서사의 볼륨을 조정했어요. 서사는 각 캐릭터를 드러내고 전달하는 정도로만 썼죠. 이야기보다는 캐릭터가 보이는 드라마라서 드라마 트루기가 좀 다른 편이에요."
▲"하백의 서사는 당연히 소아다"
그렇다면 작가가 생각하는 '하백의 신부 2017'의 서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정윤정 작가는 "하백의 서사는 당연히 소아다"라며 이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했다.
"하백의 서사는 당연히 소아에요. 답답할 만큼 의식하지 못한 채 서로에게 천천히 스며들었고, 이별을 앞두고서야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되죠. 그래서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끼게 되고요. 신석을 찾는다던가, 주동을 찾는다던가 하는 건 하백의 대사처럼 '그따위 거 관심 없어'에요. 그런 건 하백이 소아 옆에 머무르게 만드는 서사의 핑계일 뿐이죠. 하백이 궁극적으로 당도할 서사의 마침표는 따로 있고 드라마를 시작할 때 던져졌어요. 초반의 하백은 그게 목표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요. 소아와의 모든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하백에게 스며들어 각성하게 되죠." (인터뷰②에서 계속) / nahee@osen.co.kr
[사진] '하백의 신부 2017'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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