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신태용(47)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신공'(신나는 공격 축구)이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위해 자신의 축구 색깔을 잠시 내려놓았다. 신 감독은 지난달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독이 든 성배였지만 과감히 도전을 택했다.
한국은 오는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을 치른다. 월드컵 본선행을 가를 중대 일전이다. 조 2위에 올라있는 한국은 3위 우즈벡에 승점 1 차이로 쫓기고 있다. 한국은 이란전 이후 우즈벡 원정길에 올라 5일 자정 최후의 한 판을 벌인다.
이란전 승점 3이 절실하다. 지면 러시아행에 빨간불이 켜진다. 갚아야 할 빚도 있다. 한국은 최근 이란에 4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모두 0-1로 졌다. 4번 모두 이란의 사령탑이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라는 점도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신태용 감독도 이란과 악연이 깊다. 선수 시절 1996년 아시안컵 8강서 이란을 만나 2-6으로 대패한 경험이 있다. 코치로도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 이란에 무릎을 꿇었다.
신태용 감독은 최근 올림픽 대표팀과 U-20 대표팀을 이끌며 화끈한 공격 축구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 '1골 먹히면 2골 넣는다'라는 지론을 펼치며 결과보다 내용에 더 큰 박수를 받았다. 공격에 비해 부실한 수비는 암이었다. 올림픽 8강과 U-20 월드컵 16강이라는 명확한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올인이다. 신 감독은 그간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았다. 21일 첫 조기소집 훈련을 앞두고 이란전 구상을 명백히 밝혔다. "개인적인 신념은 월드컵 예선이 아니라 평가전이었으면 공격적으로 해서 그간 당했던 수모를 한 번에 날리려고 했을 것이다. 예선의 중요성이 있어 내가 하고 싶은 축구는 자제할 것이다. 선수 시절에 크게 한 번 당했기 때문에 이란에 되갚아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대승이 아닌 이란을 이겨서 러시아 월드컵에 가는 것이 최대 목표다. 개인적인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꼭 이기고 싶다. 케이로스 감독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4연패 당한 것을 확실히 되갚아주고 싶다. 한국이 결코 쉽게 질 팀이 아니라는 걸 각인시켜주겠다."
신 감독은 26명 중 16명이 모인 조기소집 첫 훈련서 "16명이라도 수비 라인이 거의 다 모였기 때문에 수비 조직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훈련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신태용호는 오는 26일 수원 삼성과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다. 이란전을 앞두고 갖는 처음이자 마지막 실전 경기서 수비 조직력 끌어 올리기에 포커스를 맞출 생각이다. 신 감독은 "역습을 당했을 때 수비 라인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수비적으로 유기적인 움직임, 라인을 올리고 내렸을 때 선수들의 위치선정을 중점적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dolyng@osen.co.kr
[사진] 파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